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후, 매우 흡족해 하시며 기뻐하셨습니다. 하지만 창조된 인간은, 먹지 말라고 명령하신 '선악과'를 따먹은 죄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분명 남의 것을 훔친 죄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으로서의 관점에서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긴 불순종과 교만의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잘못은 그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선악의 기준은 하나님이신데, 그 기준을 바꾸어 인간 스스로가 그 기준이 되고 나의 기준에서 판단하려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천지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아니라 바로 내가 하나님의 자리를 꿰차고, 그 자리를 유지하려 내려오지 않으며 그 자리에서 내가 주인이 되려 하는 것이 '원죄'이고, 그렇게 되고 싶어하는 망상이 바로 '교만'인 것입니다. 우리 믿는 성도는 자기 중심이 아닌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점검하며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어떤 지도자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천국과 지옥을 보내는 것처럼 하나님의 권한을 유용하는 분들도 있어, 심히 민망하기도 합니다. 특히 내 기준에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고 판단하며, 때로는 내가 중심이 되어 편 가르기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열심히 기도하려 하지만, 그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알아듣고 그 뜻에 따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교회 안에서 늘 하나님 뜻대로 하나님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며 입버릇처럼 말들을 많이 하지만, 정작 하나님의 뜻은 온데간데 없고 한결같이 자신의 뜻과 자기 중심적인 사고로 모든 일들을 하려 합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믿는 성도는 한 번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생각해 보는 습관을 심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하찮은 미물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철없이 쏟아내는 어린아이의 말에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는 열린 귀가 있어야 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깊은 마음과 밭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자기의 뜻대로 하기 위해 남을 모함하고 시기하는 사례는 사라져야 하겠습니다. 특히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는, 그 자리에 설 수 있는 인물인지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장로가 되고자 하기 전에, 장로를 뽑기 전에, 그만한 재목이 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믿음만 있으면 된다고 하시겠지만, 대개 사람들이 말하는 믿음이란 인간이 측량하기가 애매모호합니다. 그래서 자칫 인기투표로 하나님의 기준과 무관한 일꾼들을 세우게 되는 꼴이 분명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총회법에 나오는 장로의 자격과 직무를 먼저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믿음이야말로 하나님의 기준이며, 그러한 사람이 장로에 적합한 자 아니겠습니까? 특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인하며 회개할 수 있는 분이라면, 참으로 귀한 하나님의 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위해 근친이나 지역, 선후배를 따지거나,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사람을 기준으로 삼아 일꾼을 세운다면, 교회의 미래는 소망이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지도자들이 저지른 실수나 거짓이 있다면, 분명 하나님께 회개하고 성도 앞에서 시인하며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를 기준으로 살던 모습을 청산하고, 하나님을 향해 다시 방향을 돌리는 신앙생활이 곧 회개일 것입니다. 지금의 내 삶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한번 되짚어 보고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의 죄가 무엇인지 보이며, 남은 인생을 어떻게 하나님의 기준으로 살아가야 할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보다 나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신앙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들은 성도에게 "불평불만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자체도 자신의 기준과 판단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귀를 기울여 경청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살면서 불평과 불만이 없을 수 있을까요?

구약에서도 불평불만으로 징벌을 받는 기록이 많이 나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많은 기적을 보여주시며 사랑하셨지만, 그들은 불평불만으로 응답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에서도 그들은 예수님을 오히려 정죄하며 십자가에 못 박고 말았습니다. 눈으로 예수님을 직접 보고 당신의 기적을 확인하면서도, 그들은 믿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성도가 하나님을 신뢰하며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성도가 불만을 품거나 불평을 토로하는 것은, 대개 교회 지도자들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도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해결해 줄 의향은 전혀 없으면서, 불평불만을 한다고 지적하는 것입니다.

성도의 불평을 가만히 들어 보면, 모두 해결 가능한 것들입니다. 이를테면 공정하게 처신하지 않는 것, 교회 헌금을 잘못 사용하는 것,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것, 성도를 차별하는 것, 그리고 소통 없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는 것, 헌금을 강요하는 것, 그리고 편견을 갖는 것 등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웃을 판단하지 말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믿는 성도에게 판단은 절대 금물입니다. 서로 안고 품으며, 말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면서, 서로를 위해 소통하며 하나님께 진정한 예배를 드린다면, 교회는 천국의 전진기지로서 그 역할을 잘 감당하고 미래가 밝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믿는 성도는 교회 안팎을 넘나들며, 나의 기준에서 탈피하여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며, 긍정적 마인드로 품으며 행동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크리스천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덧붙여 교회 모든 직분자들은 나의 생각과 판단만 옳다고 주장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살피면서 '왜 그랬을까?' 돌아보며 생각과 마음을 완전히 읽기 전에 결코 판단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쉽게 판단하거나 기준을 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교만이 앞장설 때, 자신이 하나님의 자리를 꿰차려 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