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규
▲전태규 목사(한양대 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세계복음화중앙협의회 대표회장).

나는 신학교 다닐 때 목사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지난 주말 결혼식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혹시 길을 못 찾을까 봐 초청장을 들고 갔는데, 거기에는 보낸 목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아내는 내게 요즘 누가 목사를 좋아하는 줄 아느냐면서 초청장을 치우라고 말한다. 오늘 뉴스에 20년형을 받은 목사가 나왔다면서 말이다. 나는 아무 말 못하고 초청장을 반대로 접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당신은 목사 부인이 아니고 뭐냐고 되물었다. 우리 부부는 서로 쳐다보면서 쓴웃음만 지었다.

얼마 전 한 교계 신문을 보니 한국교회 성도 수는 1973년 빌리 그래함 집회 이전까지 300만 명이었는데, 2025년쯤 되면 다시 그 정도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목회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설교의 효력이 바닥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예배당 주변에 신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믿는 자 공동체를 이루고, 나누고, 함께하고, 바울의 지체론의 완성도를 이루어야 하는데, 요즘 예배당에는 뜨내기, 나그네, 유랑자, 방랑자, 곧 익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쉬어가는 사랑방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다.

이즈음에 나의 목회 생활을 회고하니, 자랑하고 싶은 성도가 떠올랐다. 1980년대 초반 내가 개척을 할 때, 처음 우리 교회에 나와 등록을 하고 30년이 넘도록 지금껏 변함없이 하나님을 섬기는 ○권사의 숨은 이야기다. 그의 친정은 불교를 믿는데, 그는 이상하게 마음이 가질 않아 절에 다니지 않다가 결혼 후 시누이를 따라 처음으로 우리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감사한 것이 있다면 예수 믿는 집에 시집온 것이라 말한다.

목사가 옆에서 볼 때, 그는 가정과 교회와 일터밖에 모른다. 무엇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하다. 나는 그에게 늘 깔끔하게 산다고, 내가 목사지만 늘 본받고 싶다고, 나이는 있지만 지금이라도 공무원을 하라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나폴레옹은 "내 사전에 불가능이라는 말은 없다"고 하였다. 그는 모든 공적 예배와 새벽기도회 금요기도회 속회에까지 빠지는 법이 없다. 그냥 참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찍 와서 문을 열고 설교자를 위해 물을 떠 놓는다. 그의 삶이 늘 바쁘고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 25시간을 사는 것 같다. 매일 일정이 빡빡하다. 우리 교회 한 청년이 "어느 날 권사님이 피곤하여 코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며 그런 중에도 충성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그는 교회 안팎의 선교사업이나 맡은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감당한다. 외부에서 손님들이 올 때는 늘 차나 간식을 맡아 봉사한다. 또한 목회하다 보면 직분이 있고 이름이 알려진 분의 애경사에는 참여를 잘하지만 새로 나온 분이나 돌보아 줄 가족이 없는 분을 심방할 때는 참여하는 사람이 없어 목사가 입장이 곤란할 때가 가끔 있다. 이런 경우에도 그는 동행을 해 주어 늘 고맙다. 나는 그를 약방의 감초라고 속으로 부른다.

또한 요즘처럼 모이기 어려운 때에도 그는 그 바쁜 중에서 거의 모든 교회와 외부의 행사에까지, 해외 선교지 갈 때도 빠짐없이 참석한다. 넉넉한 생활은 아닐지라도, 교회의 모든 의무금이나 헌신하는 일에도 기쁘게 동참한다.

그가 언젠가 입원하여 주일예배를 본교회에서 드리지 못하게 됐다. 그는 내 통장으로 헌금을 보내면서 항목을 문자로 보내 왔다. 범사 감사 ○부부 ○만 원, 부활 감사 ○부부 ○○만 원, 건축헌금 남편 ○○만 원, 금식 남편 0만 원, 일천번제 아들과 딸 ○만 원. 이런 정성스러운 마음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실 때 의인 열 사람을 찾으셨다. 나는 그를 우리 교회의 보배라 생각한다. 이런 사람이 30명만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안 되면 우선 10명이라도 있으면 우리 교회가 더욱 부흥할 것 같다.

바울은 자기 가정뿐 아니라 또한 다른 사람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이 넘치도록 하라고 하였다. 그는 자기 가정뿐만 아니라 맡겨진 속도원들의 애로사항까지 들어주고 챙겨 준다. 그래서 나는 어려움 당한 성도는 그 권사와 이야기를 나누라고 한다. 그에게 맡기면 마음이 편안하다.

어느 날 그와 한 속에서 신앙생활하는 유○자 집사가 문자를 보냈다. "○권사님은 거의 완벽해요." 나는 이 말이 가슴에 박혔다.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거의 완벽해요." 오히려 이 말이 정답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처음 목회를 시작할 때는 꿈도 많았고 기대도 컸다. 그러나 목회 후반기에 돌아보니 별로 맺은 열매가 보이지 않아, 주님께 죄송하여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산다. 이런 때에 누가 보내 준 동영상이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호주 시드니 조지가에서 전도한 Mr. Jenner라는 노인의 이야기다. 그는 같은 장소에서 "선생님, 실례합니다. 구원받으셨습니까? 만약 오늘밤에 죽는다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까?" 이 세 문장을 가지고 40년간 전도했지만, 단 한 사람도 예수를 믿게 하지 못해 스스로 열매 없는 열심이라고 노년에 회고하였다. 그러나 훗날 보니 그에게 전도를 받고 예수를 믿은 사람이 146,000명이었다. 또한 이 영상은 247,800회 이상 재생되며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 주고 있다.

나 또한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때가 되면 거두리라는 주님 말씀에 위로를 받으며, 1974년 논산 성민교회 첫 목회에서 맺은 엄승룡 목사와 전영숙 사모, 또한 1979년 개척하여 오늘까지 섬기는 서광교회에서 맺은 ○권사를 바라보면서 위안을 받으며 즐거워한다. 이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오늘도 곰곰이 생각해 본다.

주의 종에게 주어진 특권은 축복권이다. 지금 나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선물인 두 남매가 믿음 안에서 좋은 배필을 만나, 부모의 대를 이어 서광 제단에서 헌신의 일꾼으로 살아가길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