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언론협회

한국기독언론협회가 9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제16회 기독언론포럼'을 개최했다. "한국교회 분쟁과 갈등과 치유"를 주제로 진행된 이 포럼에서는, 특히 이단 연구와 규정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기독교의 정통과 이단"이라는 주제로 첫 발표한 강희창 박사(서울장신대 겸임교수)는 각 시대별 이단 판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먼저 로마 제국에서는 정통과 이단을 공의회에서 가렸고, 그 과정에서 국가 권력의 개입과 정치적 야합 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납득이 갈 만한 충분한 과정을 거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중세의 경우 주로 교황권에 맡겨져 있었고, 독단적 성격이 분명 있었지만 정해진 틀과 원칙이 있었다고 했고,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교파별 독선주의 시대였으나 신학적 원칙과 기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이단 판정은 다소 혼란스럽게 진행되어 온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로마 제국처럼 통일된 국가 권력이 회의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논쟁을 하든 전쟁을 하든 기독교적 흐름 속에 역사적 사건들이 진행되어 온 것도 아니"라며 "우리나라는 헌법이 규정하는 바 종교의 자유를 천명하는 세속주의 국가다. 많은 다른 종교들과 공존하면서 경쟁적인 입장에 서야만 한다"고 했다.

한국기독언론협회

강 박사는 "교파들마다 입장이 다른데,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나 관심은 부족한 편이다. 교파 안에서 개교회들마다의 신앙과 신학도 개교회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다르면 신앙과 신학도 달라지고 마는 형편"이라며 "같은 교파의 교회들인데도 저 교회에서는 이단이라고 하는데 이 교회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단에 대한 연구와 판정에 있어 설득력 있는 공적 신뢰 가능한 길을 열어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분위기 전환에 기독교 언론들이 기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단 판별의 주체와 기준"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한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는 이단 판별의 주체는 교회,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 공동체 또는 교회(교단, 노회, 대회, 총회, 공의회)는 실수할 수 있고, 많은 오류를 범해 왔다"며 "교회의 결정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김은 중세 교회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경과 성경적 진리성에 충실한 판단만이 권위와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며 "교회가 오류를 범했을 경우에는 신속히 재심제도를 거쳐 이단 정죄를 해제하고 피해 당사자에 용서를 구함이 옳다. 지성과 양심에 부합하는 용기"라고 했다.

또 교단마다 교리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주지시키며 "범교단 차원의 권위 있는 이단연구기구 구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최 박사는 "정통과 이단을 판별하는 '신학자회의(Theologians Council)' 구성을 제안한다"며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한 순수한 신학자들, 기독교의 기본 진리를 확실하게 믿고 고백하면서 사심 없이 공정하고 학문적으로 판별할 신학자들로 구성된 신학자회의는 한국교회의 갈등을 줄이고 권위와 위상 회복에 분명히 이바지할 수 있다. 당사자와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고 사실 확인을 한 뒤에, 신학적 깊이와 균형을 갖고 오류 또는 미숙한 점들을 지적하여 고치도록 사랑으로 지도한다.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그 결과를 교단에 통보하고 공적인 언론 매체를 거쳐 교계에 공개적으로 사실을 알린다"고 구체적 방법까지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프로테스탄트들의 시대적 과제이며, 이단의 악영향을 막고 교회를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비책"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날 포럼에서는 황규학 박사(법과교회 대표)와 강춘오 목사(교회연합신문 발행인)도 발표했다. 앞서 드린 예배에서는 조경삼 목사(예장 개혁 증경총회장)가 설교했다.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인 강춘오 목사는 "'직업적 이단감별사'들에 의해 개인과 집단에 대한 신앙 인격 살인과 교계 연합기관 간 분열·갈등이 생기고 있다"며 "이번에 그나마 통합측이 특별사면위원회를 발족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 교계의 이러한 갈등을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에 힘을 보태고자 자리를 만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