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밤이 깊은 이 시간, 잠들기 힘들 정도로 거친 비가 창문을 두들기고 거센 바람이 쉴 새 없이 무서울 정도로 굉음을 내고 있다. 마치 누군가 성이 나서 포효하는 느낌마저 든다. 내 속에 깊이 있는 죄를 다 토해내라는 사인처럼 긴장감마저 든다.

SBSTV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니 권력의 야비함과 비열함, 자신들의 실수와 허물을 덮으려는 변명만 가득하다. 정부와 유가족 간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슬픔을 당한 가족들에게 가슴에 피멍이 들게 대못을 박는 인간 이하의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는 '세월호'를 향해 아직도 그런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답답해한다. 그들은 결국 돈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속물로 매도해 버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들 때문에 경제도 마비되고 나라가 더 혼란스럽고 시끄러워진다고 탓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와 국가에 방해만 준다고 협박하고 위협하는 사람도 있다. 끈질기다거나 지겹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끝내 종북세력이고 뒤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고 지껄이는 자들도 있다. 또한 산 사람은 살아야지 왜 저렇게 덮지 못하고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느냐고 한심해하는 자들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죄와 비리와 인간의 악함을 이용해서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시는 무자비한 분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무고한 생명을 빼앗아 가면서까지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시는, 감정도 없고 자기함몰적인 이방 신(神)이 아니시다. 그래도 여기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다면, 이 오물로 뒤덮인 현장에서 깊이 숨겨진 죄악들이 다 드러나 억수같이 내리는 비처럼 씻기고 거세게 부는 바람처럼 다 날라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2년 전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잔인한 4월의 극치를 겪으며 분노하고 슬퍼했다. 시퍼런 바다 한가운데서 '세월호'라는 배가 가라앉으며 약 3백 명의 생명도 함께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고난 앞에서 세상은 절망하고 분노했고, 나는 이 사건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이 우리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온 것은, 무고한 생명들이 어른들의 죄악으로 인해 한 순간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또 슬퍼하고 분노한 것은 군사 조직의 거짓, 그리고 정치와 지도자들의 비인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추구했던 가치관이 명백하게 잘못됐음이 증명됐으며, 사회의 부정부패와 부조리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터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재앙의 현장에서 누가 유가족을 탓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유가족들은 우리 인간들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켜 주신 분들이다.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로 최소한의 양심을 지켜 주신 분들이다.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이 임하지 않도록 하나님의 인내를 감당해 주신 분들이다. 인간 존엄의 가치가 존중되지 못하여 하나님의 임재가 떠나버린 현장에서, 그나마 하나님이 다시 임하시도록 대신 눈물을 쏟고 있는 분들이다.

잘못된 건축으로 집이 무너진 상황이라면,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그냥 덮을 게 아니다. 죄가 드러난 현장에서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무마시킬 일도 아니다. 책임을 물고 늘어져 누군가를 죽일 일도 아니다. 유가족과 시민들이 지칠 때까지 어둠의 자식처럼 계속 숨겨서 될 일도 아니다.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있는 일이니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면서 단념시켜 가슴에 묻게 만드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유가족들의 눈에 피눈물이 고이지 않도록 모든 일을 진실하게 숨김없이 진행했으면 한다. 내가 볼 때 지금 그 부패와 타락이 너무 심하여, 하나 걸리면 다 얽혀 총체적으로 무너질 상황이다 보니 두려워서 계속 숨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구조와 체제는 유지하는 게 목적도 결론도 아니다. 무너지더라도 아프더라도 빛으로 나와 고침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회복되고 살 수 있다. 유가족들은 하나님의 신호인데, 그들의 눈물마저 닦아 주지 못하고 소리마저 짓밟으면 안 될 것이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전주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