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선거제도 공청회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예장 합동 총회 선거규정 개정을 위한 서울·서북지역 공청회가 4월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웨슬리채플에서 개최됐다.

합동측은 현재 임원 선거에서 3명 이상의 후보들이 출마할 경우 제비뽑기로 먼저 2인을 선정한 다음 최종 결선투표로 2인 중 1명을 뽑는 '절충형 제비뽑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개정안은 총 3가지로, 1안은 총회 또는 지역별 3구도 순환제(서울서북·중부호남·영남)로 선거를 실시해 2인을 선정한 다음 총회에서 제비뽑기를 통해 최종 1인을 뽑는 '맛디아식 제비뽑기'이다. 2안은 3개 지역별로 후보가 출마해 총회에서 직접·무기명 투표로 1인을 선출하는 '완전 직선제', 3안은 목사·장로 부총회장를 직접 투표로 뽑고, 나머지 임원 6인은 해당 구도에서 지명해 임명하는 '러닝메이트제'이다.

지역위원 이호현 목사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박광재 목사(영광교회)가 발제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서울·서북 지역 노회 임원들과 총대들이 참석했다.

박광재 목사는 "총회 임원들을 오직 제비뽑기로만 선출한 제86회 총회부터 제97회 총회까지 12년간(2001-2012년) 총회에서는, 임원 선거와 관련해 세속적 금권·불법·타락 선거와 중세교회적 성직매매가 사라졌다"며 "총회 임원 선택의 절대 주권이 뭇 사람의 마음을 알고 계시는 성삼위 하나님께 돌아간 까닭에, 입후보자들과 그들이 섬기는 지교회와 소속 노회, 총회에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란 오직 성삼위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보다 더 좋은 선거 제도와 풍토와 문화가 또 어디에 있느냐"며 "그러나 불만을 품은 분들이 그동안 '우리의 주권을 빼앗겼으니 이제부터는 우리의 손으로 주권을 행사하여 총회 임원을 선출하겠다'고 저항하여 제비뽑기를 폐지하려 했으나, 98회 총회부터 절충형인 '先 제비뽑기 後 직접선거'를 실시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합동 선거제도 공청회
▲박광재 목사가 발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절충형 선거규칙 시행 직후부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세속적인 금권·불법·타락 선거와 성직매매 행위가 그 흉측한 얼굴을 내밀고, 다시 총회 선거 풍토가 혼탁해지고 있다"며 "절충형 선거가 문제 없는 좋은 제도였다면, 개선을 위한 공청회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대안으로 ①지난 12년간 실시했던, 순수한 제비뽑기 제도로의 회귀 ②선 직접선거 후 제비뽑기 방식의 사도행전 1장의 '맛디아식' 수정·보완 ③이집트 콥트교회 교황 선출 방식 등을 제시했다.

특히 '콥트교회 교황 제비뽑기'안이 관심을 끌었다. 교황 선출을 위해 모인 주교들이 적합한 수사 100인을 선발, 단계적 절차에 의해 3인으로까지 추린 다음 만장일치를 시도하고, 만장일치 선출이 안 될 경우 제비뽑기로 최종 1인을 선정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모든 콥트교도가 투표로 교황 후보자 10인을 정하고, 5천 명의 콥트교도가 투표에 참가해 후보를 2-3인으로 좁힌 다음, 예배를 드리고 나서 제비뽑힌 어린이가 제비를 뽑게 하기도 한다.

그는 "우리 총회도 임원 선출 방법을 개선하려는 시점에서, 마가 요한의 복음 전파로 세워진 이집트 콥트교회가 지난 2,000년간 적용하고 있는 방법을 참조하여 연구하고 개선하기를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선거제도 개선에 있어 시행세칙으로는 △현재 실시 중인 지역 3구도 순환제 방식을 폐지하고 전국구로 선출한다 △입후보자가 1인일 경우 압력과 회유와 설득과 담합으로 간주, 선관위나 총회 현장에서 유능한 후보자 1인을 더 추대해 2인을 놓고 직접선거 또는 제비뽑기를 실시한다 △입후보자가 2인일 경우 혼탁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선거를 지양하고 제비뽑기를 실시한다 △후보자가 3인 이상일 경우 맛디아식의 '선 직접선거 후 제비뽑기'를 실시한다 등을 제안했다.

박광재 목사는 "그동안 직접선거도 순수한 제비뽑기도 절충형 제비뽑기도 적용해 봤으나, 이 모든 방식보다는 사도행전 1장에서 사도들이 모범으로 보인 '맛디아식' 선 직접선거 후 제비뽑기로 수정·보완하여 총회의 영적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며 "총회원들은 다만 자격 있는 후보자를 하나님께 천거만 하고, 최종·최후 선택·결정권을 성삼위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위임하는 제2의 종교개혁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는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제비뽑기는 금권선거 때문에 시작된 것 아닌가. 총회가 여전히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교회에서 제비뽑기를 하면 목회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이제 총회도 성숙했으니 완전 직선제로 가자"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우리는 주권이 하나님께 있는지 인간에게 있는지만 생각해야 한다"며 "주권은 하나님에게 있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직접선거도 장점이 있지만 선거꾼들이 활약한다는 문제가 있고, 러닝메이트제로는 강력한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으나, 강력해진 지도자가 교권을 남용할 수도 있고 나머지 임원 선정에 상납을 받는 구조가 생길 수도 있다"며 "그런가 하면 제비뽑기는 요행을 노려서 후보가 난립하기도 했고, 함량 미달의 후보가 선택되거나 총대들의 선택권이 지나치게 제한됐다. 그래서 현행이나 맛디아식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총회는 지역별 공청회와 위원들의 의견을 취합, 오는 9월 제101회 총회에 이를 상정하고 총대들의 뜻에 따라 선거제도 개편안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총회규칙 및 산하기관 정관조정위원회(위원장 김선규 목사)'가 주최한 이날 공청회는 예배로 시작됐다. 지역위원 서홍종 목사 사회로 드린 예배는 지역위원 양성수 장로(부회계)의 기도 후 위원장인 김선규 목사(부총회장)가 '상반된 선택(창 13:1-13)'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고, 지역위원 김영복 목사가 축도했다.

김선규 목사는 "우리 교단이 금권선거 등으로 안팎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아 제비뽑기를 실시하면서 깨끗한 선거 문화가 조성됐으나, 총회 구조를 잘 모르는 이들이 선출되기도 하면서 절충형 제비뽑기로 (변경해) 진행해 왔다"며 "오늘 공청회를 통해 좀더 효율적인 방안들을 나누면 좋겠다. 아무쪼록 어떤 제도이든 오랜 기간 지속되어 신뢰를 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