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20대 총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은 서로 '다문화 공약'을 내걸고 표심 잡기에 나섰다. 너도나도 다문화 자녀를 위한 교육 지원 정책을 비롯해 일자리 창출, 다문화센터 건립, 이주민 사회 통합 프로그램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온정주의에 의한 무분별한 다문화 정책이 가져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정부가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저숙련 외국인노동자, 결혼 이주여성 등 체류 외국인에 대한 느슨한 관리는, 결국 법적·제도적 허점을 이용하여 한국에 장기 체류하고자 하는 이들의 불법 행위를 부추기고 이들에 의한 자국인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보다 강력한 이주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외국인과 함께 관련 범죄·국제결혼사기도 증가

작년 3월 국내 체류 외국인은 180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노동자 중 사업장 이탈·체류기간 만료 후 잠적하는 불법체류자도 2012년 3만 5천여 명, 2014년 2만 9천여 명, 2015년 4만 2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5년간 국내에서 외국인에 의해 발생한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도 42%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영주권이나 국적을 노린 국제결혼사기로 인한 자국민의 피해가 늘자, 2011년 국제결혼 문화 건전화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국제결혼 건수는 2007년 3만 7천여 건에서 2010년 3만 4천여 건, 2014년 2만 3천여 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일부 서남아 국가 출신 저숙련 외국인노동자들이 국적 취득과 경제 이득 등을 목적으로 나이가 20세 이상 많은 한국 여성 혹은 장애여성 등과 동거·결혼해 피해를 입히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혼한 후에도 자녀면접교섭권 등을 이유로 한국에 계속 체류하는 일도 있다. 파키스탄 남성과 동거하다 임신 6개월째 혼인신고를 한 한국 여성은 이후 하루도 같이 살지 않은 남편과의 이혼소송에서 완전히 승소했지만, 파키스탄 남성은 매월 양육비(35만 원)만 지불하고 자녀면접교섭권을 얻어 한국에서 계속 돈을 벌었다.

국제결혼사기를 당한 한국 남성들의 사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영주권을 취득한 베트남 여성이 이혼한 후 베트남 남성과 다시 결혼한 경우, 필리핀에서 결혼한 필리핀 여성이 한국에 오자마자 가출한 경우 등이다. 외국인 여성과 농촌의 노총각, 외국인 남성과 돈이 급한 저소득층·장애여성의 위장결혼을 주선하는 브로커·중개업자의 등장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국인 범죄현황

강력한 이주민법 시행하는 일본과 싱가포르

한국은 동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자국민과 국제결혼한 외국인과 저숙련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다. 앞선 경우처럼 일단 자국민과의 사이에서 자녀가 생기면, 이혼하더라도 이후 2년이 지나면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외국인노동자 관리가 철저한 일본에서는 거의 일어나기 어렵다.

일본은 1990년대 초 입국한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서남아 출신 외국인노동자들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이슬람 극단주의를 전파한 이후부터 서남아 출신 외국인노동자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9.11테러 이후에는 중동·중앙아 출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출입을 제한했고, 아무리 많은 시간 일하더라도 일정액 이상 받지 못하는 임금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외국인노동자의 입국 문턱이 낮고 임금상한제가 없어, 과거 일본이나 대만을 선호하던 이들이 지금은 한국 공단을 더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 5백만에 국토는 서울보다 조금 더 큰 싱가포르는 더욱 엄격한 외국인 정책으로 유명하다.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는 자원이 없고 인구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2014년 IMF 추산 1인당 GDP(국내총생산) 5만 6천 달러(세계 9위)의 부국으로 성장했다. 싱가포르인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인노동자들을 들여와야 하는 상황으로, 철저히 2년만 일을 시키고 내보내고 있다. 또 외국인이 쓰레기 투기, 공공장소에서의 방뇨나 음주, 무단횡단 등으로 법규를 어겼을 경우 싱가포르인이 그랬을 때보다 더 센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는다. 이는 입국 당시 필수적으로 받는 책자에 모두 명시되어 있어, 싱가포르법을 알지 못했다고 발뺌할 수도 없다. 정부가 지어 주는 외국인노동자 숙소에는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 그림도 많이 그려 놓는다.

싱가포르 외국인노동자 가이드 책자
▲싱가포르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안내서 내용. ⓒ김영수 씨 제공

싱가포르 영주권자·시민권자와 외국인노동자와의 사이에서 자녀 출생은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여성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6개월마다 정부에서 무료 건강 검진을 명목으로 임신 검사를 하여, 임신한 경우 바로 추방하고 있다. 임신을 시킨 사람도 한화 약 2천만 원 정도의 벌금을 물게 했다. 최근 서울 홍대 입구에서 만난,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인 교포 김영수 씨는 "싱가포르에서 여성 외국인노동자가 임신하여 추후 거주하기 위한 적법한 비자를 받으려면 일단 싱가포르를 떠나야 한다"며 "파출부 비자로는 싱가포르에서 혼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호주·미국·중남미 등에서 외국인노동자들과 근거리에서 지내며 각국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됐으며, 지금은 기업 경영진인 싱가포르인 아내와 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인력사무소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는 싱가포르인과 결혼할 수 없다. 이는 저숙련 외국인노동자(WP·Work Pass), 기술자(SP·Skilled Pass), 석박사 과정의 고급 인재, 다국적 기업 임원(EP·Executive Pass)으로 각각 구분하여 엄격히 관리하는 싱가포르의 외국인 정책 때문이다. WP나 SP비자 소지자는 기본적으로 싱가포르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와의 결혼이 법으로 금지된다. WP비자로는 원천적으로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인과의 결혼이 불가능하며, SP비자는 연봉 기준 등이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EP비자의 경우 싱가포르인과 결혼이 허용되는 것은 물론 영주권도 주어지고 가족들도 데려올 수 있는 등 혜택이 많다.

싱가포르에서는 연애하고 결혼하더라도 그 과정이 까다롭다. 2년 이상 연애했다는 영수증을 비롯한 증빙서류와 친척을 제외한 2명 이상의 증인이 필요하며, 외국인 배우자의 자산과 세금, 싱가포르 자국인의 부동산과 세금 등을 심사받는다. 또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보증금도 내야 한다. 외국인 배우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자국인까지 처벌을 받는다.

싱가포르 정부는 내국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 작년 7월부터는 법을 바꾸고 많은 예산을 투입, 내국인의 임금을 올리고 외국인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쿼터제로, 자국인 1명당 외국인노동자 3명을 고용할 수 있게 해 내국인 고용 창출을 꾀했다.

싱가포르 외국인노동자 가이드 책자
▲싱가포르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안내서 내용. ⓒ김영수 씨 제공

김 씨는 "한국 정부도 재정이 많으면 외국인을 얼마든지 지원해도 문제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청년 실업 문제에 생활 보호 대상자도 많은 상황에서, 해외의 저숙련 인력을 많이 받아들여 인권과 복지를 지원하는 정책은 재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그 예산으로 한국 청년들을 위한 복리후생 및 급여 수준 개선에 신경을 쓴다면 실업률도 줄이고 내수도 살릴 수 있다"며 "정부는 세금을 내는 국민을 먼저 챙기고 돕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외국인노동자들의 입국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외국인 정책을 펴나가야 하고, 여기엔 강력한 경찰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저숙련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임금상한제도 실시하고, 자국인 고용을 위한 쿼터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불법체류자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은 강제 퇴거·출국 등 엄정한 법 집행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국익을 지키고 국민 경제를 살릴 수 있으며, 외국인에 의한 범죄와 결혼사기 등에서 자국민을 보호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