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제9회 종교개혁신학 공동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대표회장 이종윤 목사)와 기독교한국루터회(총회장 김철환 목사)가 23일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제9회 종교개혁신학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루터신학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는 개회예배에 이은 5차례의 발표 순서로 진행됐다. 개회예배에선 이종윤 목사가 설교하고 김철환 총회장이 축도했다. 예배 후에는 마틴 루터의 신앙과 신학을 중심으로, 그의 정치신학과 칭의 및 성화의 교리 등을 살피는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됐다.

"교회와 세상의 평화 구축 일관되게 대변한 신학자"

먼저 '마틴 루터의 정치신학과 공공성'을 제목으로 발표한 김주한 교수(한신대 역사신학)는 "루터가 대면해야 했던 당대의 두 축은 로마가톨릭과 종교개혁 급진파였다"며 "로마가톨릭과의 대결에서 루터는 종교 권력의 중앙 집중화를 맹렬하게 공격했고, 종교개혁 급진 세력을 향해서는 그들의 질서 교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했다.

그는 "루터에 의하면 로마가톨릭은 복음의 이름 아래 세상 권력을 지배하려 함으로써 복음을 위험에 빠뜨렸고, 종교개혁 급진파들은 성서로 이 세상을 통치하려 했다는 점에서 복음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루터의 정치사상은 그의 두 정부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통치하시기 위한 수단으로 두 정부를 세우셨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바로 영적 정부와 세상 정부가 그것인데, 영적 정부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우셨고, 이는 오직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만 관계한다"며 "반면 세상 정부는 창조와 의지, 이성의 영역이다. 이 정부는 인간의 자연적인 삶의 모든 영역, 즉 결혼·가족·국가·재산·사업 등을 포함하는 제도와 활동들이 총망라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한 교수
▲김주한 교수(왼쪽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특히 "루터의 두 정부의 구별은 오늘날 정교분리와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루터가 말한 두 질서는 모두 상호불가분리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목적에 봉사한다. 교회뿐만 아니라 정부 역시 하나님나라 구현의 수단이요 도구라는 것이다. 루터는 당대 로마가톨릭 교황 체제에 맞서 교회 영역의 한계를 설정하는 데 주력했고, 독일 농민전쟁을 거치면서 세속 권력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루터야말로 실로 세속 권력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숙고해 교회의 영역과 세상 질서의 평화 구축을 일관되게 대변한 신학자였다"고 역설했다.

그는 "루터는 세상 모든 직무들을 하나님 창조의 질서 안에 둠으로써,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책임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며 "개인이든 공적 직책이든 모두 고유한 소명을 갖고 있으며, 그 소명은 사랑으로 이웃을 돌보는 일에 있다. 따라서 개인과 공적 도덕 사이에는 어떤 분리도 없으며, 개인과 공인으로서 행동 양식에 도덕적 갈등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세상은 파괴당하고 멸망당해 사라져야 할 영역이 아니라, 종교적으로 신성한 가치를 지닌 하나님의 섭리의 장소"라며 "따라서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칭의는 결코 성화와 분리될 수 없다"

이날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은재 교수(감신대 역사신학)는 '루터의 신앙 이해: 칭의와 성화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비록 루터가 구원의 문제를 하나님의 은총과 그에 대한 믿음으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신앙에 의한 칭의는 결코 성화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 또한 그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가치 없는 인간에게 은총을 베푸셔서 구원하시는 능동적인 사역이며, 동시에 그 은총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수동성을 의미한다"면서 "더 나아가 루터는 믿음으로 인한 확신을 말하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에 대한 신뢰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은총과 자비를 신뢰함으로써 더 큰 확신 위에 서게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구원의 확신은 구원의 공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인간은 전적으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확신 가운데 새로운 삶을 건설할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거룩해지는 삶, 즉 성화인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구원의 완전한 선물과 우리 안에서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성화의 일은 두 다른 주인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한 분 그리스도에게서 유래한다"며 "그리스도는 동일하신 하나님의 계시 사건이다. 그러므로 칭의와 성화는 서로 상대방 속으로 뒤섞이거나 혼동되지 않으나, 언제든지 서로 잇대어 있다"고 했다.

그는 "루터에게는 오직 '죽은 신앙이냐, 살아 있는 신앙이냐'의 대립만 있을 뿐"이라며 "즉 신앙은 죽을 죄와 함께하지 않으며, 하나님께로부터 분리된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신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앙은 단순히 동의나 내적인 습득이 아니라 말씀과 성례전, 그리고 기도 안에서 구체적으로 성취된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에서 성화의 의미는 필요불가결하다. 신앙은 성화에서 생생하게 입증될 때 그 강력함과 지속성이 발휘된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 이날 김은수 교수(백석대 조직신학)가 '종교개혁의 기초 원리로서의 성경의 명료성(Claritas Scripturae) 교리와 현대 해석학적 관점에서의 이해와 적용'을, 김성욱 교수(웨신대 역사신학)가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3대 논문에 대한 분석과 정리'를, 김선영 교수(실천신대 역사신학)가 '루터의 비텐베르크대학교 교육개혁과 16세기 독일 프로테스탄트 개혁'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