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팬
▲스테판 팬 총장(맨 왼쪽)이 방한 중 그의 아내(가운데), 그리고 한국인으로 홀리랜드대에서 구약학과 유대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연호 교수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 교수는 본지에 ‘유대인과 반유대주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연재하고 있다. ⓒ홀리랜드대

불가리에선 머리를 가로저으면 'Yes', 끄덕이면 'No'를 의미한다. 우리와는 정반대다. 이처럼 지리적 위치나 문화 등이 서로 다를 경우 의사소통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성경을 이해하는 것도 그렇다. 가령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배척한 이유를 보다 잘 알려면, 당시 유대인들의 종교적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성경은 우리와는 다른 언어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위치한 홀리랜드대학교(University of the Holy Land, www.uhl.ac)는 그런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는 부정확한 성경 해석을 막고,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바른 뜻을 나타내기 위해 30년 전 설립됐다. 이 학교의 스테판 팬(Stephen Pfann) 총장이 최근 방한해 한국교회에 홀리랜드대를 소개하고 신앙을 나눴다.

팬 총장에 따르면 예수님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지리적 공간은 베들레헴과 나사렛, 그리고 예루살렘이다. '홀리 랜드'라는 이름에서 보듯, 예루살렘은 이 대학에 있어 그저 하나의 도시가 아닌 예수님이 사용하셨던 언어와 비유 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다. "성경의 지리적·고고학적·역사적 배경 등을 알지 못하면 그만큼 성경과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대학은 성경의 역사와 고대 문헌·지리·문화 등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 학위과정(석·박사)은 물론, 학부 학생들과 일반인들도 참여해 성경의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단기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

"홀리랜드대학의 강의실은 다름 아닌 성경의 족장들과 선지자들, 그리고 사도들의 땅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직접 제자들을 가르치셨던 산과 들, 바다가 우리들 곁에 있어요. 그 속에서 생동하는 성경의 이야기를 체험하게 되는 거죠. 이보다 가슴 뛰는 일이 있을까요? '와서 보라'(Come and See)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이 귓가에 들리는 듯합니다."

홀리랜드대
▲홀리랜드대 학생들이 고대 유대인들의 문서를 연구하고 있는 모습. ⓒ홀리랜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스라엘을 그저 '성지순례'라는 이름으로 '언젠가 한 번쯤 여행하고 싶은 곳' 정도로 여기거나, 목회자의 경우 '안식년이나 은퇴 후 찾는 곳' 쯤으로 생각한다는 게 팬 총장의 지적이다. 이는 마치 '특수 안경'(성경의 지리·문화·종교적 배경 등) 없이 '3D 영화'(성경)를 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역의 끝이 아닌 시작에 이스라엘을 찾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것을 팬 총장은 권유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은 현재의 유대인들을 이해하는 데도 매우 큰 도움을 준다고 팬 총장은 강조했다. 그들로 하여금 당장 예수님을 믿게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문화와 전통, 삶의 방식 등을 알게 되면 그들에게 더욱 지혜로운 방법으로 복음을 증거할 수 있다는 게 팬 총장의 견해다.

홀리랜드대학교 스테판 팬
▲홀리랜드대학교 스테판 팬 총장(왼쪽 두 번째)이 방한 중 횃불트리니티대학원대학교 이정숙 총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홀리랜드대

한편 팬 총장은 이번 방한 중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홀리랜드대학교는 이미 서울신학대학교와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와도 교류하며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팬 총장은 한국교회에 대해 "깊은 기도와 영성, 헌신이 인상적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심령을 가졌다"며 "특히 복음 전도의 열정은 한국교회가 가진 엄청난 자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