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규 칼럼]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새 희망을 보다

입력 : 2016.03.27 18:10

전태규
▲전태규 목사(한양대 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세계복음화중앙협의회 대표회장).

수 년 전 여주의 어느 농촌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겨우 자립하는 교회인데 목사님 내외분이 자신에 찬 말을 하였다.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주 모 회사에 근무하는데 농촌이라 출퇴근이 불편해서, 목사님께서 매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수 년간을 회사까지 차로 태워 준다고 하였다. 이렇게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이 5천만 원이라며 결혼 준비는 다 되었다고 부모로서 대견스러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유태인 여자들에게는 결혼하기 전 몇 가지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는 결혼식 때 입을 세마포 예복이다. 자신이 정결한 처녀라는 의미로 하얀 예복을 준비하고, 머리에 너울을 쓰고 예식장에 들어갔다. 이 옷을 재혼일 때는 입지 않고, 초혼일 때만 처녀라는 것을 밝히려고 입는다.

또한 신랑에게 줄 예물이다. 대개는 금이었다. 영원히 변치 말자는 약속으로, 여자는 금반지를 만들어 신랑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고 신랑에게서는 금팔찌와 금목걸이를 받았다.

또한 기름이다. 올리브 기름 300근을 준비하였다. 유태인은 저녁에 결혼식을 올린다. 신랑이 가까운 곳에서 올 수도 먼 곳에서 올 수도 있어서, 해가 진 후 신랑이 자기 집에서 출발하여 신부집으로 들어오는 시간에 예식이 시작되므로, 하루 저녁을 밝힐 기름과 신방 침대에 뿌릴 기름과 자신의 몸에 바를 기름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준비하지 못한 여자는 신랑을 맞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 중에도 이런 준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을 것이다. 이런 때에 어느 가나의 혼인 잔치와 같은 새 희망을 보았다. 얼마 전 세계복음화중앙협의회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장 이규학 감독님의 주재로 회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 자리에서 감독님은 "제 막내가 결혼을 하였기에 오늘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라고 하셨다. 어느 이사분이 "그런데 왜 결혼을 알리지 않으셨습니까?" 묻자, "죄송합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라며 말을 이어가셨다. 큰아들은 목회를 잘하고 있고 작은아들은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한국에 들어와 살기로 했다며 즐거워하셨다.

얼마 전 막내아들이 결혼을 하였는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랑과 신부가 결혼 반지 한 개씩만 주고받고 신혼여행비 100만 원 외에는 일체 다른 비용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님은 따라 준 아들에게 고마운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오늘날 결혼 때문에 부모에게 짐을 지우는 이들이 많은데, 부족한 부분은 살아가면서 채우면 되는 것이니 하나님 앞에서 검소하게 본이 되는 결혼식을 올리자고 하셨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한 우리 모두가 감동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결혼식 날 접대도 교회에서 준비해 주어, 아무런 경비가 들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가 "당신이 이젠 예전보다 힘이 빠졌으니 조용하게 결혼식을 치르자" 하여 연락도 제대로 못하였는데, 뒤늦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많아 당일에 제대로 접대를 못한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든다고 하셨다.

교회 안에 30대 후반 결혼 안 한 여자가 60명, 남자가 30명쯤 되는데, 이들을 모아 놓고 아들의 결혼 이야기를 들려 주며 "부모님께 근심 걱정 안기지 말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라"는 말을 했다며, 교인들에게 할 말이 있어 다행이라고 하셨다. 옆에 계시던 엄기호 목사님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아들이 훌륭하다고 하셨다.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검소하게 모범을 보인 이들을 많았다. 인천의 조0상 목사의 경우 아들 결혼식을 일부러 토요일 저녁에 조용히 하는 걸 보며 감동을 받았다. 나와 동창인 고0일 감독도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난 후에 감사의 글을 보내와, 받은 사랑의 빚도 갚지도 못하였다.

나는 이런 분들을 보면서 테레사 수녀의 아름다운 글이 떠오른다. "위대한 행동이라는 것은 없다. 위대한 사랑으로 행한 작은 행동들이 있을 뿐이다." 또 하나 내 가슴을 움직이는 포로 아스터의 글이 있다. "남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기쁨이다. 그것은 그렇게 하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말이다."

금년 사순절의 마지막 고난주간을 보내면서 주님의 말씀이 새삼 은혜로 다가온다.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스려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마 5:11~12).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일이 날 수 있느냐 하였다는데, 예수께서 탄생하셨기에 나사렛이 유명해졌다. 우리 주변에 이런 선한 이웃들이 있음에 행복함을 느낀다. 잎사귀만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아닌, 참 행복을 주는 귀히 그릇들이 있어 새 희망을 본다. 우리 모두 어두운 세상에 작은 촛불이 되어 희망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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