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교협 회장 임기 마친 민종기 목사
▲민종기 목사.

기독교계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역사적인 아픔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가 이민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기독교 인문학 목요포럼을 3월 17일(이하 현지시각) "기독교 사회 정의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는 주제로 열었다.

이 포럼에 발제자로 나선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담임, 기독교윤리학 Ph.D.)는 이 문제를 '집단적인 죄'로 규정하는 한편, 사회 정의와 사회적 영성의 관점에서 하나씩 풀어갔다. 민 목사는 "2015년 12월 28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외교적 타결을 이루고 이에 대한 사죄와 반성 및 유관단체 설립 시 일괄 지원 등을 약속받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일본의 자발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담지 못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는 아직도 심각한 역사적 상처가 아물지 않은 현재진행형인 문제이며, 본국과 LA 이민사회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이유도 국가적인 보상과 사죄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후대 교육 등이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단적 죄 문제는 집단적 회심으로 열매 맺어야

먼저 그는 위안부 문제를 '죄'의 문제로 해석했다. "기독교가 개인의 회심과 신앙 성숙을 강조하면서 점차 사회 구조 속에 있는 집단적 죄에 대한 인식은 약화됐다"면서, 폴 리꾀르의 설명을 빌어 "개인의 마음에서 시작된 죄가 집단으로, 집단에서 제도로, 그리고 국가의 결정에 의해 국가의 죄로 공식화된다"고 말했다. 민 목사는 "해방신학자들은 개인적 회심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집단적인 악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집단적인 죄가 있다면 이 문제에 대한 회개는 개인의 회심이라는 기본에서 시작되어 반드시 집단적인 차원에서 열매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위안부 문제는 개인적 음란과 정욕의 문제에서 시작되지만 국가가 주도하는 인신매매·유괴·성범죄 등의 집단적 악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차원에서의 공식적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

위안부 사건에 대한 정의 구현은 어떻게?

민 목사는 위안부 사건을 두고 어떻게 정의가 구현돼야 하는지도 제안했다. 그는 먼저 정의의 관념으로 응보정의·분배정의·회복정의를 꼽았다. 응보정의는 악을 저지른 가해자를 사법적 차원에서 징벌해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성경에도 각종 범죄에 대해 징벌하게끔 한다. 분배정의는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피해자에게 적절한 복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 목사는 "단순히 처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비와 사랑의 관점에서 샬롬을 추구하는 정의"라고 부연했다. 회복정의는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까지도 총체적으로 회복시키는 개념이다.

위안부 문제에서도 이 3가지 정의가 모두 구현되어야 한다. 응보정의 차원에서는 개인이 당한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대해 가해자들이 보상해야 한다. 이 보상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은 피해자들을 향한 위로와 치유의 의도 아래 진행되어 분배정의도 이뤄져야 한다. 회복정의 차원에서는 평화와 회복과 제국주의 청산이라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민 목사는 "작금의 일본 정부는 과거의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삭제하고 기만하고 왜곡하고 전가하고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를 원하며 이를 망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일본의 보수주의적·군국주의적 정서는 주변 국가와의 화해와 평화에 악영향을 준다. 이는 과거사의 반성에 대한 책임이 사실에 대한 인정과 회심, 그리고 주변 국가와의 원만한 화해에까지 이르러야 함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거대한 악의 배후에는 있는 정사와 권세

민 목사는 이 문제를 정의 외에 영적 관점에서도 조명했다. 그는 "성경은 영적 권세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사회의 여러 영역, 특히 정치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언한다"면서 "오늘날 신약성경의 귀신론(Demonology), 특히 바울의 귀신론을 연구하는 것은 국가라는 실체가 종종 악한 병리 현상을 드러내 보이는 것을 설명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민 목사는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호도하고 은폐하려는 것을, 영적 존재의 전술로 해석했다. 영적 존재는 미혹을 전술로 사용해 자신을 의의 천사로 가장하면서(고후 11:13-15), 자신의 추문을 숨기기 위해 제도의 영성을 주조해 낸다. 당시 일본제국은 자신들의 범죄인 성노예를 대동아 공영권을 위한 '정신대'(挺身隊), 즉 어떠한 일을 위하여 앞장서서 헌신한 무리로 미화시킨다든가, '위안부'(慰安婦), 즉 곤고한 영혼에게 위안을 제공하는 여성으로 왜곡했다.

민 목사는 "이런 영적 존재로 인해 일본 사회는 집단적 사로잡힘 증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월터 윙크는 '흑암의 권세'라고 표현되는 영적 존재가 인류를 향해 개인의 외적 사로잡힘(Outer Personal Possession), 개인의 내적 사로잡힘(Inner Personal Possession), 집단적 사로잡힘(Collective Possession) 등을 발생시키는데, 민 목사는 일본의 현 반응을 집단적 사로잡힘 증세라 봤다.

"현재 일본 정계의 우파들은 일본의 과오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후손에게 객관적 실패를 돌아보도록 하기보다는 집단적 사로잡힘 증상을 보여 준다. 전체 사회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면 국민들은 자신이 그것에 사로잡혔는지 깨닫거나 느끼지 못한다. 예수님의 죽음도 초인적 권세에 의해 집단적 사로잡힘을 당한 사람들이 보여 준 악행의 실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포럼에서 민 목사는 교회가 실제로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가 섬기는 충현선교교회는 2014년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1주년을 기념하며 음악회를 열었고, 당시 민 목사는 3주간 사회 정의에 관해 설교하면서 성도와 공감대를 만들어갔다. 학생부에서는 사회 정의에 관한 교재를 만들어 공부했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녀상을 방문하도록 했다.

민 목사는 "역사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살피려는 것은 모든 인류가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의 아픈 과거를 통해 인간성에 대한 반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미주장신대는 기독교 인문학 목요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한다. 두 번째 포럼은 4월 7일 오후 7시 신약학자인 이상명 총장을 강사로 "성경, 생태, 생명신학"이란 주제 아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