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문양호
▲문양호 목사.

벌써 두 번째다. 지난번에는 평촌 쪽에서 핸드폰을 전철에 두고 내려 한바탕 소동이 났었는데, 이번엔 아이패드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잃어버렸다가 도로 찾았다.

핸드폰 때는 블루투스 이어폰과 핸드폰의 접속이 끊기는 것을 느끼면서 열차에 두고 내렸음을 알았는데, 이번엔 출국 배웅을 하고 종로로 돌아오고서야 깨달았다. 부랴부랴 연결도 잘 안 되는 인천국제공항과 공항철도 유실물센터에 연락을 해서 접수를 해 놓고는 맥 놓고 기다렸다.

꽤 낡았지만 사연이 깊다. 이전 교회에서 사역을 위해 거금을 들여 아이패드I을 구입하고 두 달도 안 지나서 아이패드II가 나와 쓰린 마음은 있었지만, 설교·PPT 및 글쓰기 등으로 정말 사용을 잘했다.

그러다 그 교회에서 나와 새로운 시작을 한 후 그림 그리기에도 공을 들였지만, 아이패드I이 IOS 업데이트가 안 되어 어려움과 여러 가지 한계도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30년 넘게 연락이 없던 초등학생 때 친구가 국내에 잠깐 들어왔을 때 터치펜을 선물하고 갔었고, 또 다른 친구가 아이패드II를 키보드 달린 케이스와 함께 선물해 줘서 하나님과 친구에게 감사하면서도 '받아도 되는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이것을 가지고 기존에 하던 설교 및 글쓰기만이 아니라 그림 그리기과 다양한 버전의 성경 읽기, E-Book, 예배시간 찬송가 반주 등에까지 전천후로 사용해, 기기 성능 대비 및 효과와 효율로는 이만큼 뽑기 힘들 정도였다.

어제 나의 어리석음과 아둔함으로 인해 잃어버리고 난 뒤, 나는 하나님께서 단순함을 가르치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좀 더 원시적으로 사역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훈련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무엇인가 갖추어져야 하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가 아니라 감각과 효율성으로만 하는, 방법론적 목회나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몇 시간 뒤 내 잃어버린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주일이 모레라 나는 다시 공항으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인천공항 지하 1층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곳, 유실물 센터.

공항의 화려함·세련됨과는 달리, 그곳은 갖가지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쌓여 있는 듯 보였다. 또 다른 창고가 있긴 했지만, 아마 두 명의 직원이 있는 그곳은 아직 분류도 되지 않은 물건들이 있는 곳인 듯싶었다. 가 보고서야 왜 그리 전화가 안 되는지 이해가 갔다.

금요일 저녁인데도 당장이라도 물건을 보내 달라고 떼를 쓰는 듯한 사람의 전화에 직원의 얼굴이 굳어져가는 것을 보며, 하루에도 저런 전화들이 얼마나 쏟아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의별 물건들이 다 있다. 옷들은 부지기수고, 밥솥 같은 것이며 부피도 상당한 저 정도의 물건을 어떻게 잃어버릴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남 말해서 무엇하랴.

어쩌면 우리도 우리 삶에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많은 것들이 있지 않을까? 별로 쓸모없는 것이라면 갖고 있거나 잃어버려도 이미 쓰레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대체물이나 여유분이 있는 물건이라면 씁쓸하긴 하지만 그리 찾으려는 열심을 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잊어서는 안 되고 잃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삶에 있어서나 신앙에 있어서나 말이다.

잃지 말아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잃고 잊은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이고 교회와 신앙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최근 잇따라 드러나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폭행과 살인'은, 부모의 마음을 잃어버린 이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정치가 엉망이 되어버린 속에서 우리는 정치의 도를 잃어버리고 양심을 팔아버린 정치가들을 본다. 목회의 기본을 잃은 목회자의 갖가지 사고 속에서 영혼 사랑의 심장을 잃어버린 것을 보고, 교회의 갈등 속에서 지체와 함께했던 추억을 상실한 기억의 앨범을 본다.

성령의 이끄심이 끊김을 망각한 성도의 기억상실도 본다. 물건을 잃으면 나같이 운 좋게 하나님의 은혜로 되찾을 수 있겠지만, 우리 삶의 이러한 상실은 무엇으로 되찾아야 할까?

인생이란 유실물이 쌓여져 있는 센터처럼 다시 찾아가 번호만 부르면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또 무엇을 잃은지도 모르는 나의 무딤으로 인해, 오늘 이 아침 나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문양호 목사
함께 만들어가는 교회 담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