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제9장 미술치료(1)

미술은 오래도록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는 예술로서 자리해 왔다. 불후의 명작들은 오늘날 해를 거듭할수록 매우 높은 값으로 팔리고 있다. 이것은 미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미술을 본격적으로 치료에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분위기는 그대로 미술의 가치와 위력을 웅변으로 나타내는 것이기에 미술은 표현예술을 넘어 이제 치료의 한 분야로 자리하게 되었다. 

1. 미술치료의 기초

미술치료가 언제 생겨났을지 궁금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미술이 치료적으로 적용된 것은 언제부터일지 대한 것이다. 미술치료라는 용어는 1961년 울만(Lloyd Ulman)이 미술치료 학술지(Bulletin of Art Therapy) 창간호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술치료는 울만에 의하면 교육, 재활, 정신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어떤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든 공통된 의미는 시각예술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인격의 통합 혹은 재통합을 돕기 위한 시도이다. 이런 미술치료가 어떤 특성을 갖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1) 미술치료의 정의

미술치료(Art Therapy) 기법은 그림을 통하여 아동의 심리를 치료하는 기법이다. 이 미술치료는 간단한 그림치료와는 성격과 방법이 다른 것이다. 그림치료가 단순히 심리를 알아내는데 중점을 둔다면, 미술치료는 잘못된 아동의 심리를 교정하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술치료는 1940년 나움버그(M. Naumberg)를 통해 미술분석으로 처음 도입되어 아동상담치료기법으로 자리잡았다. 

이 미술치료는 아동의 무의식 세계를 발견하는데 역점을 둔다. 물론 학파에 따라서는 아동의 창의적 무의식과 병리적인 무의식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달라진다. 그러나 일단 미술치료기법은 어떤 경우든지 간에 아동의 깊은 심리를 표출하는 효과를 거두어 치료하는데 적용 및 사용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미술치료란 조형활동을 통해 개인의 갈등을 조정하고 자기표현과 승화과정을 통해 자아성장을 촉진시킨다. 자발적인 조형활동은 개인의 내적세계와 외적세계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우며,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기법으로서 미술치료는 언어성의 이미지와 시각 이미지를 통해 지금까지의 자기 상실, 왜곡, 방어, 억제 등의 상황에서 보다 명확한 자기 발견과 자기실현을 추구한다. 이는 미술치료가 그림을 통해 내담자를 평가, 미술치료의 발전과 발달을 이해하여야 하고, 내담자의 작품을 통하여 발달적, 인지적, 심리적 여러 측면을 이해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2) 미술치료의 역사

미술치료의 기원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약간 다른 편이다. 그것은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1800년대와 1900년대 초에 유럽에서 미술치료가 일어났는데, 정신질환자, 시설에 있는 성인들, 환자들의 그림이 정신병리 진단의 보조도구로 사용되었다. 독일의 프린츠호른(Hans Prinzhorn, 1920)은 정신병원에 있는 500명의 환자들의 그림을 5,000점 모아 책으로 출판하여 미술 표현도 진단적 가치를 지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시하였다. 

프로이트(Freud)는 억압된 것이 꿈에 나타나는데, 이 이미지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융(Jung)은 상징을 통한 공상은 진화를 위한 정신적 시도이며, 외상(trauma)이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도 환자들의 그림을 분석하며 치료에 적용하였다.

영국에서는 애드리언 힐(Adrian Hill)이 결핵요양소에서 환자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의 효과를 알고, 미술치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으며, 미술치료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였다. 정신분석가인 나움버그는 치료적 양식으로서 미술표현을 도입하여 내담자들에게 자발적 자유연상을 하여 그림을 그리도록 하였고, 예술가이며 치료가인 크라머(Mark Kramer, 1993)는 창조적 미술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미술치료의 치유 잠재력을 믿었다. 

특히 미술치료의 발전은 미술이 지니고 있는 투사적 장점이 있어, 평가 도구와 치료적 도구로 사용되었다. 미술치료는 아동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아동의 미술 발달 단계를 연구하고 아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더욱 발전하였다. 

3) 미술치료의 목표

인간의 미술활동은 원시적 동굴벽화로부터 이어져 오늘날 미술 교육과 심층적인 심리치료로서 미술활동이 적용되고 있다.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창조적 표현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창조적 예술 활동을 통해서 종교적, 미적, 심리치료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미술치료는 음악치료, 무용치료, 놀이치료, 레크리에이션, 심리극 등과 같은 예술치료의 한 영역이다. 미술치료는 심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아, 아동, 소년, 성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미술 활동 즉, 회화, 조소, 공예, 디자인 기법 등을 통해서 그들의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목적이 있다.

궁극적으로 미술치료는 심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의 미술작품(작업)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고, 인간의 조형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갈등을 조정하고 동시에 자기표현과 승화작용을 통하여 자아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또한 자발적인 조형 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내적세계와 외적세계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술치료실의 환경도 중요한 것으로 아동이 비교적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면 좋다. 몰론 미술실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갖추어 놓는다. 도화지, 크레용, 파스텔, 물감, 붓, 연필 등이다. 특히 도화지는 크기, 색깔에 따라 구비하여 놓는다. 이때 치료사는 보조자의 역할을 하고 아동이 그림을 모두 그리고 나면 일단 잘 그렸다는 칭찬을 한다. 그리고 나서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를 물으며 그림원리에 따른 심리를 파악해 나간다. 

미술치료의 기법은 곧 아동의 무의식, 치환, 투사 등을 통해 알아내는 방법으로 효과가 있으며, 상담자의 전문적인 교육이 요구된다. 이러한 미술치료의 가치와 효과로는 미술재료를 통하여 아동의 무의식이 점진적으로 드러남에 따라 아동의 자아를 북돋아주고 고양시킨다. 그것은 미술적인 방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아동의 정서를 치환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동인 자신이나 남에게 신체적, 정신적 혹은 교육적인 손상을 입히지 않고 아동의 억압된 정서를 치환해 주는 것이다.

2. 미술치료에 관한 초기의 입장

미술치료에 관한 입장은 전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일치를 보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사람들이나 치료에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미술치료의 이론에 대한 몇 가지 입장을 지지해 왔으며 한편으로는 논쟁을 하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서 대표적인 사람은 나움버그와 크라머, 그리고 울만을 들 수 있다. 여기서는 이들의 입장을 요약하여 미술치료의 개념과 견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1) 나움버그의 치료

나움버그는 1890년에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하였다. 초기에는 교육자로서 활동하였고 후기에는 심리학, 특히 정신분석을 공부하여 미술치료가로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그에게는 초기에 융(C. G. Jung)의 이론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고, 후에는 프로이트(S. Freud) 방식의 정신분석 지향적 미술치료에 착수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나움버그가 1920년에 뉴욕의 윌튼 학교에서 미술교육의 한 방식으로서 자발적인 그림(spontaneous art)을 시도한 후에 그것을 미술치료의 한 모델로서 개발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 뉴욕정신분석학교에서 행동장애아동의 미술치료를 시행하면서 임상경험을 넓혔고, 후에는 성인미술치료에도 이러한 기법을 적용하여 1940년대에는 정신분석 지향적 미술치료의 모델을 정립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움버그는 치료사와 환자 사이의 치료적 관계형성과 전이와 역전이 해결, 자유연상, 자발적 그림표현과 그 해석, 그림의 상징성 등을 중시한다. 결국 프로이트와 융, 그리고 셀리반(H. S. Sullivan)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학자들은 나움버그의 이론을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림을 매체로서 이용하는 치료에서의 미술(Art in therapy)로 구분하기도 한다. 나움버그는 정신분석 지향적 미술치료에 있어서 미술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첫째, 말보다는 그림으로써 자신에게 일어나는 내적 욕망이나 꿈, 환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둘째, 무의식을 그림으로 투사하면 언어적 표현보다는 검열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치료과정이 촉진된다. 셋째, 그림으로 나타난 것은 영속성이 있어서 내용 자체가 망각에 의해 지워지지 않으며 그 내용을 부정하기 힘들다. 넷째, 전이문제가 더 쉽게 해결된다. 즉 환자의 자율성은 자신의 그림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고무된다. 

2) 크라머의 창조와 자아성장

크라머는 나움버그 보다 25년 후에 출생하였고, 어린 시절은 주로 비엔나에서 자랐다. 비교적 자유분방한 가족분위기에서 자랐으며, 초기에는 정신분석가들과 친숙하게 지냈다. 후에 크라머는 자아심리학의 영향을 받았으나 특정의 학파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크라머는 아동미술치료에 많은 연구를 했으며, 그림의 치료적 속성은 그림에 대한 환자의 연상을 통하여 자기표현과 승화작용을 함으로써 자아가 성숙하는데 있다고 보았다. 즉 미술작업을 통하여 환자 자신의 파괴적, 반사회적 에너지를 분출함으로써 그것을 감소시키거나 전환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환자는 미술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원시적 충동이나 환상에 접근하면서 갈등을 다시 경험하고, 자기훈련과 인내를 배우는 과정 속에서 그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움버그의 견해와는 다르게, 치료사의 역할을 환자가 만든 작품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승화와 통합과정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크라머의 견해를 가리켜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치료라고 보고, 치료로서의 미술(Art as therapy)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전술한 바와 같이 자아심리학의 통찰을 사용함으로써 프로이트의 견해를 뛰어넘고 있다. 그러나 창의적 과정에 존재하는 치료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프로이트의 성격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크라머는 초기에 미술치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미술은 인간 경험과 동일한 것을 창조함으로써 인간경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수단이다." 이러한 등가성을 통해서 예술가는 자신이 경험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 반복할 수 있다. 긴 역사를 통해서 미술은 인간의 본능적인 충동과 사회적 요구간의 갈등을 해소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초자아와 원초아의 상반된 욕구는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미술치료사들은 성격이 혼란된 사람들에게 유용한 창조적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치료사들은 예술적 창의성의 내적 법칙에 비교되는 방법들을 사용한다. 요컨대 크라머의 견해는 나움버그의 견해보다 사실상 일반적으로 더 알려져 왔던 것이며, 미술 그 자체로 심리치료에서 미술치료사가 공헌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후에 크라머의 견해는 '치료로서의 미술'이란 말과 우연히도 일치되었는데, 이것은 1961년 울만이 이 용어를 정의하기까지는 사실상 일반화되지 않았다.

3) 울만의 치료와 창조의 통합적 입장

울만은 크라머보다 5살쯤 위이지만 거의 같은 시대에 미술치료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미술작가로서 활동해 온 울만은 1950년대 초반에 정신병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미술치료가로서가 아니라 미술교사의 자세로 일했다고 울만은 술회하고 있다. 특히 크라머가 지은 아동들의 공동체에 있어서 미술치료(Art Therapy in a Children's Community)라는 책을 읽고, 울만은 정신분석과 미술적 통찰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실감하였으며, 미술교사 혹은 미술치료사는 상관이 없지 않다는 불분명한 그의 느낌에 이론적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생각은 울만이 정신분석적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할 때, 많은 환자들이 그들의 그림에 내포된 상징적 내용을 말로써 전환하려 하지 않는 것에서 발견하였다. 즉, 그림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그들의 작업으로부터 무언가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부터였다.

울만은 1961년에 이미 '미술심리치료'와 '치료로서의 미술'이란 용어를 다 포함하는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 노력해 왔으며, 이러한 생각은 저서에서 잘 나타나 있다. 미술과정은 가장 광범위한 인간능력의 범위를 필요로 한다. 일반적인 성숙과정에서처럼 그것은 충동과 통제, 공격과 사랑, 환상과 실제, 무의식과 의식사이에서 필연적으로 갈등하는 요소들의 통합을 요구한다. 

미술의 기능은 수많은 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많은 관점을 통합하는데 따르는 일반적인 위협은 미술의 통합적인 특징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성격 내에서 반대하는 힘을 단합시키거나 개인의 욕구와 외부세계의 욕구를 화해시키는 힘이다. 삶의 과제의 진정한 미스터리는 훈육된 자유에 있으며 이 모델이 미술과정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울만은 자신의 미술작가로서의 경험으로부터 미술치료를 하게 됐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며, 치료로서의 미술에 대한 울만의 정열은, 바로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지만, 미술심리 치료에 대한 정열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미술치료 실행에 있어서는 두 측면의 적용과 타당성을 인정한다. 치료에서의 미술과 치료로서의 미술은 같은 시점에 같은 방에 있는 두 측면이거나 다른 시기에 같은 치료사가 일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임상가로서의 자신의 생활에서 울만은 치료로서의 미술을 사용하는 속에서는 미술심리치료를 사용했고, 미술심리치료가 통하는 곳에서는 치료로서의 미술을 사용해서 이 둘 사이에 서로 융통성 있는 선택을 했다. 그것은 울만은 나움버그와 크라머의 정신역동 지향적 미술치료를 통합하면서 쟁점 부분에 관해서는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울만은 환자의 작품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보다는 대상에 따라서 상동적인 표현이나 강박적 표현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때로는 예술적 성취감을 중시해야 하며 미술치료는 치료적 측면과 창조적 측면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울만은 임상사례를 통해서 미술심리치료와 치료로서의 미술 간의 경계선은 아동미술치료보다 성인미술치료에서 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성인에 대한 치료로서의 미술에 대한 무지이거나 무시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상에서 우리는 미술치료 이론에 대한 세 학자의 견해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어떤 견해를 선택해서 치료에 임하든 간에 치료는 하나의 과정이고, 치료시간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일상생활이나 환자의 인격에 지속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설계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4. 미술치료의 특징

미술치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대개 미술치료가 갖는 장점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미술치료의 장점을 몇 가지 요약, 제시한 것이다. 미술치료를 하는 이유와 무엇을 제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의되어 왔다. 또한 나름대로의 제한점도 있고, 아직도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서 독특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1) 심상의 표현으로서 미술치료

미술은 심상의 표현이다. 심상(image)이란 감각기관에 대한 자극 없이 의식 속에 떠오르는 영상이다. 이런 심상은 의식 속에 떠오르는 관념 중에서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성격을 지닌 것을 이르며, 과거에 지각(知覺)했던 것이 상기(想起)된 것도 있고, 여태까지 지각했던 일은 없으나 소설을 읽거나 남의 이야기를 듣거나 하여 마음에 떠오르는 것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심상으로 생각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말이란 형태를 취하기 전에 심상으로 사고한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한 예를 들면, 우리는 엄마라는 말을 하기 전에 '어머니'의 심상을 떠올리지 않는가 말이다. 일반적으로 삶의 초기의 경험이 중요한 심상의 요소가 되며, 그 심상이 성격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심상을 활용하여 미술치료에서는 꿈이나 환상, 경험이 순수한 언어적 치료법에서처럼 말로 해석하기보다는 심상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예술매체가 종종 심상의 표출을 자극하는, 즉, 일차적 과정의 매체를 자극하여 창조적 과정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비언어적 수단으로서 미술치료

미술의 표현은 비언어적 수단이므로 언어가 갖지 못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미술이 비언어적 수단이므로 통제를 적게 받아 내담자의 방어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의 내면의 문제들을 말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이유인데, 특히 내담자들은 자기표현의 부족과 억압과 저항으로 인해 더 더욱 어렵다. 그러나 미술은 비언어적 수단이므로 통제를 적게 받기에 자연스런 표현 시도가 일어난다. 이런 시각에서 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방어이다. 우리는 어떤 다른 의사소통 양식보다 언어화시키는 작업에 숙달되어 있다. 

앞에서 우리는 미술은 비언어적 수단이므로 통제를 적게 받는다고 전술했다. 가끔 예상치 않았던 작품이 그림이나 조소에서 제작될 수 있는데, 창작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반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은 미술치료의 가장 흥미로운 잠재성 중의 하나이다. 이와 관련하여 예상치 않았던 작품이 그림이나 조소에서 제작될 수 있는데 가끔 창작자의 의도와는 완전히 반대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은 미술치료의 가장 흥미 있는 잠재성 중의 하나이다. 예상치 않았던 인식은 가끔 환자의 통찰, 학습, 성장으로 유도되기도 한다.

3) 구체적인 유형의 자료로서 미술치료

미술치료에서는 구체적인 유형의 자료를 즉시 얻을 수 있다. 구체적인 유형의 자료란 환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져 볼 수 있는 자료가 환자로부터 생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술의 바로 이런 측면이 많은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는데, 환자가 직접 그린 그림이 거리감을 해소하여 치료자와의 사이를 가깝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환자가 만든 어떤 유형의 대상화를 통해서 치료사와 환자 사이에 하나의 다리가 놓이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미술치료에서 저항적인 환자들의 경우는 환자를 직접 다루는 것 보다 그들의 그림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환자들의 감정이나 사고 등이 그림이나 조소와 같은 하나의 사물로 구체화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고 개인의 실존을 깨닫게 된다. 어떤 환자는 단 한 번의 작품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며, 저항이 강한 사람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4) 자료의 영속성으로서 미술치료

자료의 영속성이란 내담자가 그린 그림을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미술작품은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만든 작품을 필요한 시기에 재검토하여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료의 영속성으로 인하여 때로는 새로운 통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든지, 아니면 타인이 그린 그림이든지 간에 다시 보면 새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 자신도 이전에 만든 작품을 다시 보면서 당시의 자신의 감정을 회상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림이나 조소가 주관적인 기억의 왜곡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환자의 작품 변화를 통하여 치료의 과정을 한 눈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치료 팀의 회의에서도 작품을 통해 그 환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5) 미술의 공간성으로서 미술치료

언어는 일차원적인 의사소통의 방식이다. 언어는 대체로 한 가지씩 순서대로 나간다는 점에서다. 그 반면에 미술표현은 문법, 통사론, 논법 등의 언어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 이것은 미술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공간적인 것이며 시간적인 요소도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술에서는 공간 속에서의 연관성들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우리가 가족을 소개할 때에 우선순위에 따라 소개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것은 먼저 아버지, 어머니를 소개하면서 두 분의 관계를 얘기하고, 그리고 형제들과 그들의 관계, 그리고 나서 이 모든 식구들과 나와의 관계를 말하는 순서이다. 

이런 순서적인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술의 공감성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의 공간성은 바로 경험을 복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나의 가족을 말로 소개하고 그림으로 그것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이처럼 미술에서는 가깝고 먼 곳이나 결합과 분리, 유사점과 차이점, 감정, 특정한 속성, 가족의 생활환경 등을 표현하게 되므로 개인과 집단의 성격을 이해하기가 쉽다. 이것은 미술치료가 미술이 갖는 공간성을 활용하는 이유이다.    

6) 창조성과 에너지로서 미술치료

미술치료는 미술의 창조성을 활용하는 특징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경우에는 그 자체가 어떤 경우이든 간에 이미 창조성을 드러내는 작업이자 행동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것은 미술작업을 시작하기 전의 개인의 신체적 에너지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미술작업을 진행하고, 토론하며, 감상하고, 정리하는 시간에는 대체로 활기찬 모습을 띤다는 점에서 발견된다. 

그러면 미술과 관련되는 작업을 해 본 사람이라면 체내의 에너지 정도가 변화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신체적인 운동이라기보다는 그림과 관련한 작업을 한 결과 '창조적 에너지'가 발산된 결과이다. 여기에는 연극이나 영화에서 역할을 맡은 배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미술치료는 하나의 작업이라기보다는 놀이와 레크리에이션과 음악과 열정이 있는 창조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특징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