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 언희네
▲언희네 가족들의 새 집 앞에서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한국해비타트 제공

무주택 저소득층 주거 문제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해비타트(상임대표 송영태)가, 지난 1월 28일 전남 화순군 사평리에서 2016년 첫 집짓기 헌정식을 개최했다.

올해 첫 헌정식은 몸이 아픈 오빠의 오른팔이 되어 주는 11살 소녀 언희 양과 가족을 위한 집으로, 한국해비타트 관계자들과 언희의 학급 친구들, 지역 주민 등 80여 명이 참여했다.

언희 양의 사정은 지난해 전국 백일장에서 화제가 됐다. 초등학생 3만 명이 참여한 '2015 전국 장애 이해 개선을 위한 백일장'에서 연희의 글이 산문 부문 대상을 받았던 것. 언희 양이 쓴 '힘내라 우리 오빠'는, 두 살 터울의 지적장애 1급 오빠와 겪는 갈등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다문화가정인 언희네 남매는 필리핀 출신의 어머니, 환갑을 훌쩍 넘긴 아버지와 살고 있다. 일용직을 하는 아버지는 몸이 성치 않아 일하러 나가는 날보다 병원 신세를 지는 날이 더 많고, 어머니는 하루종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언희가 오빠의 보호자 역할을 도맡아 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을 정돈하거나 수리할 형편이 못 돼, 집짓기 완공 전까지 언희네 가족은 작은아버지가 사는 영구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이전에 살던 집이 매우 낡아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

집 건물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을 뿐 아니라, 산과 붙어 있어 지네 같은 벌레가 들어와 남매는 밤마다 공포에 떨며 잠들었다. 외벽도 기능을 제대로 못해 온 가족이 한여름에도 찬바람에 몸서리쳐야 했다.

언희네 가족은 집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이 집의 법적 주인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복지를 지원받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언희는 '온 가족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꿈'을 위해 건축가가 되고 싶어한다고 한다.

언희가 재학 중인 사평초등학교 담임교사는 "글솜씨가 뛰어난 언희의 꿈이 작가나 복지사가 아닌 건축가인 것은 보금자리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라며 "그림 솜씨도 빼어나 훌륭한 건축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해비타트는 온라인 모금 캠페인과 함께 언희네를 위한 집짓기를 시작했다. 8개월에 걸친 공사로 안전한 외벽, 깨끗한 주방, 거실 겸 따뜻한 화장실이 있는 16평의 보금자리를 완공했다.

헌정식에 참석한 언희는 "새 집이 생겨서 좋아요. 나중에 엄마 아빠가 우리 곁에 안 계시더라도, 제가 끝까지 남아 이 집에서 오빠를 지킬 거예요" 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해비타트 송영태 상임대표는 "언희네 집짓기를 위해 후원과 봉사로 힘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더 이상 언희와 같은 아이들이 집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희망을 지어 가겠다"고 전했다.

한국해비타트는 홈페이지(www.habitat.or.kr)를 통해 '지붕이 되어 주세요 캠페인 -힘내라 우리 오빠'를 통해 언희네 사연을 소개, 건축기금 및 실내 가구비용 등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해비타트는 지난해 국내 660세대, 해외 9,928세대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차상위계층 및 저소득가정을 위한 주거환경개선 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