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덕천교회
▲이효준 장로.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7)".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요, 영혼의 호흡이며, 하나님의 능력을 우리 자신에게로 끌어들이는 영적 통로입니다. 

기도는 개인기도, 회중기도, 대표기도, 윤번기도, 중보기도 등으로 분류됩니다. 기도의 형식에는 묵도(침묵기도), 발음기도, 통성기도, 찬송기도, 방언기도, 예언기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에서 대표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 실로 기도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어떤 장로님은 종이에 적어서 하는 기도는 성령이 역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리 적지 않고, 교회가 떠나갈 듯 크게 소리쳐 기도합니다. 했던 말을 또 하고, 지구를 몇 바퀴 돌다가 옵니다. 

어떤 분들은 아멘을 유도하여 박자를 맞추듯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함으로써, 기도 자체가 지루해집니다. 예배 시 기도를 누가 할까 주보를 보면서 '에구, 또 오래 하겠네, 아예 이 참에 졸자!' 하는 생각으로 앉아 있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공적 예배에는 순서가 있으므로, 자신이 기도할 차례를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최소 한 달 전부터 기도를 준비해야 합니다. 내가 기도할 차례에 어떤 행사가 있는지, 예를 들면 성탄절인지 추수감사절인지 부활절인지, 달력이나 교회 일정표를 사전에 보면서 점검한 후 기도문 작성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성하고, 내일도 모레도 계속 기도하면서, 마지막으로 당일 전날 수정을 완료한 후, 기도문을 기도 전에 부를 찬송가에 끼워 넣어 분실을 방지합니다.

요즘 기도하시는 분들을 보노라면,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천지의 주인이신 무한하신 사랑의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일반 사회에서 하는 축사나 격려사보다 못하여 심히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기도에는 꾸밈이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드리는 기도를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기도란, 함께하시는 주님께 내 모든 것을 맡겨 드리는 믿음의 결정체라는 말씀을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우리가 기도하는 목적을 알고 계시고, 우리의 필요를 먼저 헤아리고 계심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무한하신 사랑으로 모든 기도하는 자녀들에게 가장 좋고 알맞은 선물을 주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의 바탕 위에서 항상 감사하고 찬양하며 늘 기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주님께서 최고로 좋아하시며 대견해 하시는 기도가 될 것입니다. 

나의 진정한 삶 속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그리고 실수를 한다 해도 서툰 그대로 주님과 대화하도록 해 보세요.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듯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자존심을 버리고 져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므로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의 노여움도 감동으로 이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됩니다. 특히 대표기도자는 바른 마음과 자세로 거룩하신 하나님께 나아가 기도할 때, 응답받는 기쁨을 모든 성도와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자존심과 교만을 모두 내려놓고,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 회개와 찬양과 감사의 마음이 함께해야 기도가 효력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확실한 믿음으로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결코 의심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필자의 어린 시절, 교회 마루에서 추우나 더우나 연로하신 집사님 권사님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듣는 것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한글도 모르시는 분들이었지만, 그분들의 기도에 연신 '아멘', '아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황홀한 감동의 기도였습니다. 

그분들이 학식이 있어 문자를 썼겠습니까?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께 진솔하게 눈물로 기도했을 뿐입니다. 지금도 그분들의 기도 소리가 필자의 귓전을 녹입니다. 금세 심령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당시 순박했던 그분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르며 그리워지는 가난한 밤입니다.

어린아이가 젖을 달라고 보채고 사탕을 달라고 울 때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장난감 가게를 지날 때 장난감을 사 달라고 조르고 보챈다면, 돈이 있다면 어느 부모가 사 주지 않겠습니까? 이렇듯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보챌 때까지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기도한다면, 주님께서는 '도무지 나는 너를 모른다'고 외면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재롱을 피우는 기도'를 통해 응답을 경험합시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