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늘 같은 시간이지만, 특별한 시간으로 잠시 머물렀던 지난해의 마지막을 아쉬움 속에 보낸 후 새해의 첫 일출을 맞이하면서, 수많은 지인들이 보내 준 새해 인사 문구들에 일일이 답을 해 주면서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마지막이 언제나 슬프지만은 않다. 설레며 맞이하는 새로운 시간 앞에서 새해의 소망을 적어 보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행복하게 끌어당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들의 시간은 태어나는 시간부터 죽음의 순간까지 쉴 새 없이 흐르며 우리를 미지의 미래로 데려다 주고 있다. 끊긴 시간은 없다. 죽음조차도 새로운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 연결고리일 뿐이다.

서른 해 만에 만난 지인과 어제 헤어졌다 만나는 것처럼 친근하게 짧은 인사를 나눌 수 있음에 놀라워하며 생각했다.

"아, 이렇게 먼저 천국에 간 사람이 나중에 온 사람에게 '어서 와'라고 즐겁게 한 마디 하겠구나. 이곳과 저곳의 시간이 연결되어 있고, 그 시간들은 그리 길지 않겠구나…"라고. 이러한 깨달음은 날마다 오는 새로운 시간들에 대한 불안을 감소시켜 주고, 욕심을 버리며 평온을 찾게 해 준다.

시작이 마지막을 만들고 마지막이 시작을 만든다. 종결과 새로운 시작은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아주 강력한 고리로 연결되어 하나의 시간 선으로 이어져 있다. 한 해의 마지막은 새해의 시작으로, 현재의 생애는 미래의 천국과 연결되어 있으며, 종결과 출발, 이별과 만남, 일몰과 일출, 이 모든 시간들은 끊긴 것이 아니며 하나의 시간 속에서 이어져 있다.

새해 첫날 동해의 일출을 보고 온 한 친구는 감회와 감동에 젖어 들뜬 목소리로 인사를 전해 왔다. 동해의 해는 날마다 떠오르는 것이며, 새로운 해의 첫날이 동떨어진 시간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해의 첫 일출이라는 특별한 의미로 인식할 수는 있지만, 이 순간 또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어져 있는 것이다.

오래 전,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송구영신 예배를 마친 후 동해로 나섰으나, 길게길게 이어진 차량들 때문에 다음 날 한낮이 지나서야 도착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서울에서 맞이하는 새해 첫날과 바닷가 앞에서 맞이하는 그것의 의미를 그토록 다르게 나눌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한 해의 시작을 소망의 생각과 행복한 설렘으로 맞이하면 된다는 사실이다.

치유의 끝에 다다라 종결을 맞이하게 되는 나의 내담자들은,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가지고 슬픔과 기쁨도 동시에 표현한다. 생애의 가장 고통스러웠던 어느 기간 동안 한결같이 지지해주고 머물러 주었던 상담자와의 이별 앞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슬픈 생각과 끊긴 것 같은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그 느낌을 서로 나누며, 이 시간이 끝이 아니라는 대화를 나누며 행복한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종결상담'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종결 시에 느끼는 감정에 대해 글로 써 보게 하고, 종결이 아름답고 행복한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이 시간 동안 상담자 역시, 굳게 붙들고 있었던 내담자의 손을 놓으며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도 끝이 아닌, 행복을 부르는 놀라운 사랑의 시작점이었다. 죽음과 연결된 부활은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켰고, 아름다운 종결이 가장 행복한 시작을 이루어낸 기적의 순간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에서 영원한 불행의 시간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올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시간 위에 떠서 흘러갈 것이다. 두려워한다고 시간을 끊어낼 수 없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성경은 늘 권면한다. 두려워하면 두려운 일들을 더욱 끌어당기게 된다. 미래의 시간을 불안해하면, 불안한 시간들이 흔들리는 돌다리처럼 불안하게 흔들리며 다가오게 된다.

오늘 하루를 살자. 아니 오늘 하루만 살자. 아름다운 시간을 지금 이 순간 누리며, 오지도 않은 내일의 시간을 미리 앞당겨 불안해하지 말자. 내일이 오늘이 되는 순간, 또 오늘 하루를 살면 된다. 그 시간 속에 우리를 감싸고 있는 커다랗고 안정된 보호막이 있다는 것을 믿자. 그것이 육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영원이라는 시간 속에서 우리의 개념과는 다른 커다란 세계를 보며, 더 이상 불안해하지 말고 잠시 후의 시간을 맞이하자.

아름다운 종결을 위하여 행복한 오늘을 살자. 행복한 시작은 지금 이 순간임을, 꼭 기억하자. 아픔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슬픔의 해일이 매순간 덮쳐오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연결되고 끝없는 시간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며 이 사실을 결코 잊지 말자. 그리고 이렇게 셀프토킹으로 자신을 북돋워 주자.

"나는 반드시 치유를 완성할 것이며 행복해질 것이다!"
"나는 또 한 해의 시간을 아름답게 가꾸어나갈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언제나 항상 나와 함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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