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승

CCM 사역자 이길승 씨가 정규 5집 음반 '노래만 아니라'를 발표했다. 

이 씨는 대중음악으로 소개하려 했던 몇 곡과 그동안 교회에서 거리에서 불러 왔던 곡들을 모아 이번 앨범을 발표했다. 

'노래만 아니라'는 '그대 같은 노래(2012)' 후 3년 만의 앨범으로, 부조리한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자기 반성이자 탄식을 담아냈다. 하나님을 향하든 사람을 향하든 '진짜 노래' 라면 '삶의 진실'이라는 발자국이 불린 자리에 선명하게 남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

앨범에는 총 12곡이 담겨 있으며, 이 중 '그대만 있으면 돼', '제주, 비', '돌아봐요' 등 3곡은 지난 10월 16일 CCM이 아닌 일반 대중가요 시장에 디지털 싱글 형태로 음원이 발매됐다. 이 외에도 '산과 바다와 나', '닮아가네', '행복하게', '가르쳐 주세요', '기도', '한 사람', '여기', '네 번 아멘', '더불어' 등의 곡이 실렸다.

이길승 씨는 "힘겹고 서러운 시절을 살아간다. 희망이 보이지 않아 눈물겹다"며 "하지만 나를 버텨 서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대, 세상이 날 몰라줘도 그대만 있으면 괜찮다"고 전했다.

그룹 빛과소금 출신 장기호 교수(서울예대)는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이길승의 음악은 지금 이 시대의 음악환경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며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들의 오염된 마음을 깨끗해지고 겸손해지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윤영훈 빅퍼즐문화연구소장은 이번 앨범에 대해 "이길승 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포크음악에 기반을 두고, 기교 부리지 않는 목소리만큼이나 자기만의 음악 스타일을 고집스럽게 지켜 나가고 있다"며 "어쿠스틱의 질감을 살린 이길승의 노래들은 단순히 레트로 사운드 이상의 순수성을 전해 주기에, 젊은 세대들 가운데 꾸준히 '이길승 마니아'들을 만들어 왔다"고 전했다. 다음은 그룹 동물원 멤버로 이길승 씨와 함께 음악활동을 했던 김창기 씨의 평.

"이길승은 슬프다. 종교인인 그는 따뜻하고 예쁘고 '은혜로운' 노래들로 우릴 달래 주고 신에게 더 가깝게 가는 길로 인도해 주지만, 그의 근본은 많이 슬프다. 그리고 이길승은 이번 노래 '그대만 있으면 돼'에서 그러한 슬픔을 아주 조금 솔직하게 보여 준다. 물론 그 슬픔을 승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노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바보 같이 실망만 시킨 나를 만나 힘들게 살아 온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하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에둘러 '당신이 힘들게 살아온 것을 인정한다'는, 별로 감사의 표시도 위로도 되지 않는 말만 한다. 머릿속 객관적 관찰자가 빈정거리며 한 마디 거든다. '어쩌면 지금이 더 힘들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내일이 훨씬 더 어려울지 몰라, 아마 그럴 걸?' 그런데 아내와 통화를 하고 있는 나는 그 저주에 수긍이 간다. 최소한 음악적인 현실만을 생각하면 말이다.

세상이 날 몰라줘도 그대만 있으면 돼…. 수사학적 의미에서 아이러니다. 세상이 이길승을 몰라 줘도 당신만 있으면 된단다. 음악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어찌어찌 해서 그 컸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음악적 행로를 걷고 있는 그가,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싶단다. 

음악적인 위치에서는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어쩌면 더 못한 나는, 그런 그를 믿어 주고 싶다. 믿어 주려 한다. 그런데 길승이가 그런 나의 믿음에 배신을 때린다. 뒤에 가서 얼굴 찡그리며, 이길승의 수준으로는 폭발이라고 할 수 있는 코러스와 후주를 넣는 것이다. 이런, 그런데 그 투덜거림이 좋다. 아직 살아 있네, 이길승!?

이런 노래 좀 들어 주지, 들어 보면 '존나' 좋다고 할 거면서…. 그리고 예전부터 이길승의 것들을 좋아했다고 할 거면서,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고 할 거면서…. 알긴 쥐뿔, 어찌되었든 이런 좋은 노래가 나온 것은, 정말 좋은 후배 잘 챙겨 주지 못한 못난 선배들과 눈이 삐고 귀가 먹은 음악 소비자들 덕분이다. 이길승은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타이틀곡 '그대만 있으면 돼'보다, 내 귀에는 '제주, 비'와 '돌아봐요'가 더 좋다. 듣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길승의 진가가 드러나는 노래들이다. '거의 천재'가 바보 같이 한 우물을 무척 오래 파면 이런 노래들이 나오는구나.

'돌아봐요'를 듣는데 길승이가 내 마음에 들어와 내가 된다. 그가 진술한다. 허둥지둥 달려가던 나의 하루를, 인생을 멈추고 돌아본다고. 참 잘 못 살고 있다고…. 이제라도 머리 숙여 들풀에게 '안녕' 하고 인사하고, 고개 돌려 이웃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하늘 향해 겸손히 기도해야 하겠다고. 사랑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동의하지만, 조금은 속이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