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사람은 정말 연약한 존재다!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만 해도 무릎이 깨질 수 있는 약한 신체와, 누군가 자신을 향해 욕 한 마디만 해도 마음이 깨지는 연약한 심리구조를 가진 그런 존재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상처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자신이 믿고 있는 신에 대한 원망과 불평에 사로잡히게 되는 존재다.

아무리 잘난 척해도, 센 척해도, 모든 인간은 오십 보 백 보일 뿐이다. 거기다 일반적인 성품을 가진 사람보다 더 사악한 인간이 자신의 주위에 있기만 해도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진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은, 자신이 받은 상처가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마치 자기 성격의 일부처럼 돼 버리고 왜곡되고 부정적인 생각만이 내면에 가득 차게 된다는 점이다. 마침내 왜곡된 심리적 문제가 하나님께 투사된 채 교회를 다니게 되면, 계속해서 하나님께 상처받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하나님께 상처받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신정론이니 교회론이니, 혹은 조직신학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처 때문에 너무 아프고 곪아 버려서, 하나님이 끊임없이 자신에게 상처 주신다고 왜곡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크리스천들은 사람에게 상처받는 순간마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그랬었다. 언젠가 어느 고통스러운 기억의 순간에, 이렇게 부르짖었었다. “하나님, 상처 주지 마세요. 왜 저에게 상처 주시나요? 왜 이 고통에서 건져 주지는 않으시고 상처를 주시나요?”

내가 치유자가 된 이후, 예전의 나처럼 하나님께 상처받는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심한 상처를 받아온 사람들로서, 영혼에 고인 피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저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고 오히려 벌을 주시는 분이세요. 하나님께서 계속 상처를 주세요. 저를 구원해 주시지는 않구요.”

성경 어디에도 ‘상처 주시는 하나님’에 대한 구절은 없다.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내 상처를 싸매시고 결코 나를 떠나지 않으시며 나에 대한 사랑을 결코 끊지 않겠다고 하신다. 영원토록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열렬한 사랑의 고백을 하고 계신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토록 심각한 상처를 하나님께 받고 있을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에게 심각한 상처를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인식은 대부분 무의식에서 일어난다. 의식의 차원에서는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의식에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차곡차곡 쌓이면, 점점 더 하나님은 ‘무서운 하나님’ ‘잔인한 하나님’이 되고, 마침내 우리는 그 하나님을 떠나게 된다.

‘깨달음’의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깨달음(통찰)의 순간을 지나 치유가 많이 일어나면, 사실은 하나님이 자신에게 상처 주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위의 관계에서 상처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고인이 되신 하용조 목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 문제가 생겨도 상처 주지 마세요! 부부싸움도 하세요. 그러나 상처 주지 마세요. 자녀를 야단칠 수 있어요. 그러나 상처 주지 마세요. 그러면 회복이 안 돼요. 떠나야 돼요. 그 상처 때문에.”

상처 때문에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를 밀어내며 떠나기를 원하는, 상처 입은 아이들을 본다. 남편에게 상처받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떠나는 아내들을 본다. 교인들에게 상처받아 하나님이 상처를 주시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을 본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하나님은 얼마나 억울하실까. 인간의 잘못 때문에 오해받으시는 하나님. 어느 한 순간, 하나님이 잔혹하고 무자비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인간의 세계에서, 자유의지를 가졌지만 이상하게 활용하고 있는 인간의 미련하고 우둔한 행위와 하나님에 대한 인식.

의식적으로 ‘상처 주지 말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줄 때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쌓아 주게 되고, 그가 영원히 떠나 버리게 만드는 죄를 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상처를 치유받고 구원받기를 원하신다. 성경 전반에 그 하나님의 사랑이 눈물처럼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너무나 연약하여 작은 돌부리 하나에도 살갗이 찢겨 피를 흘리게 되고, 마음이 찢겨 붉은 눈물을 흘리게 되는 존재다.

이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가 뭐 그리 잘났는가. 뭐가 그리 강한가. 겸손한 낮아짐이 그를 더욱 돋보이고 훌륭하게 한다. 이런 겸손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하나님, 저는 너무나 연약한 존재이기에 하나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더 낮아진 사람들은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하게 된다. 이미 받은 상처는 치유받아야 하고, 아직 오지 않은 상처는 내가 상대에게 주지 않으면 된다. 일부러 타인에게 가해하는 인간이 가장 사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것이 사람인데, 일부러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고 상처 주고 돈을 갈취하는 등의 행위, 그 모든 사악한 짓의 배후에는 사탄이 있을 뿐이다. 하나님이 그러시는 것이 아니다.

아, 하나님은 결코 상처 주는 분이 아니시다. 만약 마음 한 구석을 들춰 하나님께서 주신 상처가 남아 있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아직 치유가 덜 된 것이다. 치유의 끝에 서면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하나님의 온화한 사랑이 우리 모두에게 흘러넘치길, 추위가 몰려오는 이 계절에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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