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아들과 다섯 살 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아들은 집에 가는 길에 도넛을 먹고 싶다고 하고,
딸은 붕어빵을 먹고 싶다고 야단이 난 것입니다.
둘의 말을 다 들어 줄 수는 없고,
한 아이 말만 들어 주자니 차별하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오빠가 먼저 동생에게 ‘가위, 바위, 보’로 정하자고 합니다.
어린 동생은 아무 생각 없이 “그래, 그래!” 하며 신이 났지요.
그러나 가위, 바위, 보를 잘 할 줄도 모르는 동생이 지게 되면
길거리에서 떼를 쓰며 울 것이 뻔하니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둘의 가위, 바위, 보에서 동생이 이겼고,
우리는 사이좋게 붕어빵을 먹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쉬워하는 아들을 위로해 주고자
“다음에는 오빠가 좋아하는 도넛 사 먹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살짝 귀에 대고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동생은 맨날 가위밖에 낼 줄 모르거든요.
오늘도 가위 낼 줄 알고 내가 일부러 져 준 거예요. 잘했죠?”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부모의 욕심과 기대로
아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우리가 서로 경쟁하고 이기려고 하기보다 조금만 더 양보하고
배려한다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이지연/사랑의 편지 독자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