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셉 목사(시인/소설가/결혼사역자/반동성애운동가, 헤세드결혼문화선교회 대표/www.hesedwem.net,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www.antihomo.net).

지난 6월 26일 인류역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 미국대법원에서 벌어졌다.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의거 “결혼도 법·사회 발전과 동떨어질 수 없다”는 취지로 동성결혼합법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이로 인해 동성애자들은 미국 모든 주에서 일반 이성애자처럼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이를 지지하며 축하메시지를 발표했기에 획기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합법화 판결문 마지막 문단을 살펴보면, “결혼보다 심오한 결합은 없다. 결혼은 사랑, 신의, 헌신, 희생 그리고 가족의 가장 높은 이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관계를 이루면서 두 사람은 이전의 혼자였던 그들보다 위대해진다……이 남성들과 여성들이 결혼이란 제도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을 오해하는 것이다. 그들은 결혼을 존중하기 때문에, 스스로 결혼의 성취감을 이루고 싶을 정도로 결혼을 깊이 존중하기 때문에 청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소망은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 중 하나로부터 배제되어 고독함 속에 남겨지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법 앞에서 동등한 존엄을 요청하였다. 연방헌법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부여한다”라고 미사여구를 총동원해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1989년 8월 28일 앤드류 설리번(Andrew Sullivan)이 동성애지지도가 고작 12%에 불과했을 당시 뉴 리퍼블릭(New Republic)이란 잡지에 '동성 결혼의 권리를 요구하자'라는 대담한 주장을 내놓은 지 26년 만에 이뤄진 사건이다. 그런데 그는 처음 게이 커뮤니티로부터 호되게 비난받았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껏 결혼이 이성애자의 생활양식이고, 부르주아사회의 잔재이며, 각성한 동성애자라면 마땅히 거부해야 할 보수적인 제도’라는 거였다. 그만큼 파트너를 쉽게 바꾸고 성적으로 자유로운 동성애자들은 처음부터 결혼제도라는 틀에 갇히길 부담스러워했기에 전혀 관심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느닷없이 결혼이란 이슈를 들고 나온 것일까.

게이들의 분방한 생활방식과 어긋나는 결혼제도에 편입하여 얻고자 했던 그들의 유익은 무엇이었을까. 시민결합상태를 유지한 채 얼마든지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그 이상의 단계를 요구한 건 결국 인권으로 포장해 이성애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전략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니, LGBT들만의 퀴어하고 독특한 생활방식이 이젠 지루하고 갑갑해졌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들은 인류역사 이래 이성애자들의 전유물이었던 결혼이라는 고지를 싸워 쟁취했고, 결혼제도권이라는 성벽 안으로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 그렇다면 그들은 승리한 것일까. 아니 누구로부터 승리한 것일까. 그들이 지금 승리기분에 도취해 축배를 들기엔 너무 때 이르지 않을까. 왜냐하면 싸움은 이제부터고, 동성애결혼제도가 정착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이성애자들로부터 인정받는 결혼생활의 모범을 보이기가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는 지금까지 온 화력을 집중해 고지를 탈환코자 하는 전투와는 다른 양상의 전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이래로 혁명(革命) 후엔 필히 반(反)혁명이 도래하고, 그 과정이 수없이 엎치락뒤치락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혁명은 혁명을 지켜낼 만한 힘과 조직력, 도덕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면 패배로 막을 내리게 돼있다.

이성애자들이 결혼에 대해 얼마나 부담감을 느끼고 엄숙히 여기는지는 동성애자들이 까맣게 모르고 있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신경 곤두선 만남 후 본격교제에 들어가면서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심리적·정서적·정신적·신체적으로 다른 피조물인지 절절히 깨닫게 되는데, 이는 연애기간을 지나 결혼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단 한 사람과 제대로 올바르게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수고와 에너지가 드는지 특히 남성동성애자들은 알지 못하리라.

뜨거운 사랑의 감정 끝에 결혼한 이후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갈등하고 다투고 실망하고 힘겨루기하며 싸우기도 하다가 결국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해주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결혼과정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자녀출산과 양육의 고통, 사춘기자녀와의 줄다리기, 성인으로 자란 후 떠나보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이성애자들처럼 이해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아무리 다투고 힘들어도, 성적인 매력이 떨어져도 한 번 부부로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알뜰살뜰히 서로를 챙기며 나이 먹어가는 부부의 정리(情理)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결혼이라는 제도는 남녀에게 특권이면서도 때론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때론 버겁고 무거운 끈기와 인내심을 요하는 십자가와 같은 제도라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

요즘엔 과거보다 결혼가치관이 폄하되고 있지만, 그래도 결혼은 소중하고 엄숙하며 한 번 맺은 파트너와는 쉽게 헤어질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어떤 이성애자가 결혼 후 다른 이성을 몰래 만나거나 몇 달 안 살고 금방 이혼한다고 가정해보자. 자칫 언론에 보도되는 가정불화로 인한 비극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수많은 이성애자들은 결혼하려고 애쓰며, 결혼을 지켜내려고 애쓰며, 결혼의 열매인 자식들을 출산하여 교육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올린 결혼이라는 제도권성벽 안으로 무임승차하듯 밀고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들어와서 아무렇게나 파트너를 바꿔가며 프리섹스를 지향하며 어지럽힌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결혼제도권 편입 이전과 동일한 행동을 보일라치면 굳이 결혼식까지 치르고 혼인신고를 해야 할까. 만일 이성애자가 결혼하여 문란한 행실로 아무렇게나 살아간다면 손가락질 받고 생매장 당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성적 문란이 도를 넘어섰고,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도 폐지된 상태다. 결혼 후 부부 정절(貞節)의 의무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정이 붕괴되고, 이혼가정과 결손가정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거나 가출미혼모가 급증하고 있고, 사회복지예산이 엄청나게 낭비되고 있다. 문제를 미연에 방지해야만 위험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고, 불요불급한 국가예산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저출산 문제는 국가위기로까지 대두된 상황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때에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일부일처제결혼을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부추겨선 안 될 것이다.

결혼은 단순히 성적 욕구만을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혼인 당사자의 성적·경제적·심리적·영적인 결합을 뜻하는 중요한 행위이며, 그 사회의 기초적 구성단위인 가족과 가정을 형성하는 단서가 되며, 더 나아가서는 종족 보존의 중요한 기능도 가진다. 그러기에 결혼 후 배우자에게 충실히 정조(貞操)의 의무를 다해 건강한 성윤리를 지켜야 하며 자녀를 출산해 사회와 국가에 공헌해야 한다.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부할 때나 가난할 때나 변함없이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신의성실의무를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에선 설리번식 '같음 전략'으로 동성결혼합법화가 이뤄졌지만, 반대여론이 강한 우리나라에선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동성결혼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동성결혼합법화는 정착단계가 아니라 치열한 논쟁을 계속하는 중이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더더욱 아니다. 사회구성원은 마땅히 그 사회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동성애는 결혼율 저하와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성병의 문제와 자녀출산 불가능을 가져온다. 동성애자들이 본능에 이끌려 개인욕망에만 사로잡힐 확률이 높기 때문에 단물만 빼먹고 사회공동체의 고통에는 아무런 기여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

설리번이 주창했던 '사랑의 동등함' '사회적 책임' '전통의 존중' '일부일처제로의 진입'과 같은 이상주의적 구호는 머잖아 미국에서 가면을 벗고 실체를 드러낼 때가 올 것이다. 정치인들의 장밋빛 공약처럼 공약(空約)으로 바뀌는지 아닌지 눈뜨고 지켜보면 알게 되리라. ‘남녀 간 일부일처제’를 외면하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도록 별종인간으로 특별 우대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지 아닌지를.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고 나 몰라라 하며 온갖 즐거움을 향유한 후 그 쓰레기로 인한 폐해를 온 국민이 얼마나 수고로이 감당해야 하는지를. 동성애자들의 결혼합법화 요구는 인류역사를 거스르는 억지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