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권진혁 교수, 이승엽 교수, 최승언 교수. ⓒ이대웅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 학우회가 2015년도 종교개혁제 제3차 세미나를 ‘과학자가 보는 창세기 1장, 창조기사의 의미’라는 주제로 5일 오후 서울 광장동 장신대 소양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정형 교수(주님의교회)를 좌장으로, 창조과학 입장에서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권진혁 교수(영남대 물리학)가, 지적설계 입장에서 지적설계연구회장 이승엽 교수(서강대 기계공학)가, 유신진화 입장에서 최승언 교수(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가 각각 발표했다.

“변치 않는 하나님 말씀, 과학과 일치 시도 위험”

권진혁 교수는 ‘우주의 기원과 창조’를 제목으로 창세기 1-3장과 창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하나님의 창조는 본질적으로 과학과 인간의 이해를 벗어나는 높은 영역에 있다”며 “창세기는 그것을 모든 시대의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가장 쉬운 언어로 간결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진리가 들어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천문학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우주에 대해 놀라울 만큼 많은 지식을 얻고 있지만, 아직도 우주가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가 하는 중요한 질문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며 “지난 몇십 년간 빅뱅 이론은 마치 우주의 기원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할 수 있는 완성된 이론인 것처럼 알려져 왔지만, 여전히 그 이론으로 풀리지 않는 여러 수수께끼가 발견되기 시작하자 빅뱅 그 자체를 의심하는 전문가들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세기 1-3장 창조기사에 대한 해석도 다양한 신학적 또는 과학적 견해 때문에 일치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수백 년 동안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있을 때마다 과학과 일치시키려는 창세기 해석들이 제시됐지만, 과학적 진리라는 것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잠정적 진리임을 고려할 때, 변하지 않는 하나님 말씀을 과학과 일치시키려는 시도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진혁 교수는 “창세기 1장의 ‘하루’ 길이에 대한 해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조의 순서와 그 역사성”이라며 “창세기 1장은 역사성과 과학성을 갖고 있고, 아담은 실존한 최초의 인간이며, 이어지는 아담 후손들의 역사는 인류 최초의 역사”라고 밝혔다. 그는 “창조의 시간은 매우 어려운 주제로, 쉽게 결론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창조론자들 내부에서도 우주의 창조시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고, 젊은 연대론과 오래된 연대론이 존재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하나님은 영원 속에 거하시고 우리가 경험하는 물질 세계의 시간을 초월하시지만, ‘창조’라는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시간과 물질 세계의 시간은 연결된다”며 “우리는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더라도, 복음을 가리지 않도록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원에 대한 의견 차이는 구원과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적설계, 과학적 검증되면 새로운 패러다임 될 것”

이승엽 교수는 ‘창조와 과학의 담화’를 주제로 창세기 1장 해석, 진화론의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 유신론 과학의 가능성 등을 살폈다. 그는 “지적설계론의 출현으로 과학의 범위와 종교·과학의 영역에 대한 근원적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다시 한 번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지적설계론이 과학적 논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과학이론이 될 수 없을 것이므로, 비자연주의적 관점을 말한다 해서 종교로 치부하여 논쟁 자체를 차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지적설계론에 대해 진화론자를 비롯한 일반 대중 대부분이 갖는 가장 큰 오해는, 지적설계론이 소위 젊은지구 창조론(창조과학)의 새로운 형태일 뿐이라는 것”이라며 “물론 지적설계론이 창조과학의 관점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지만, 기본적 접근법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주와 힘과 생명이 무(無)에서 갑자기 창조됐다’는 등 창조과학의 기본 전제 6가지와 달리, 지적설계의 기본적 두 가정은 ①지적 원인이 존재한다 ②이러한 지적 원인은 (생물체의 특정화된 복잡성을 관찰함으로) 경험적으로 탐지될 수 있다 등이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지적설계의 이러한 두 조건은 유신론적 진화론을 배제한다”며 “지적설계론은 학술적으로 모든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자연주의적 진화론에 대해 학술적 비판과 반대증거를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논란이 있는 우주와 지구 연대에 대해선 구체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지구 창조론과도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조과학이 신앙적 관점의 대중적 운동이라면, 지적설계는 신앙적 관점을 제거한 지식인과 학문 분야를 겨냥한 유신론 과학 운동이라는 것.

이승엽 교수는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수많은 연속적인 작은 수정에도 생길 수 없는 복잡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 보인다면 나의 이론은 완전히 깨질 것’이라고 했는데, 현재까지 이러한 대진화 메커니즘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발견되지 못했다”며 “다윈의 표현대로 ‘수많은 연속적인 작은 수정에도 생길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과학적 근거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바로 지적설계론이고, 이를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으로 표현하는 생물학적 구조나 생명 정보가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지적설계론이 이렇듯 생물학적 복잡성을 비롯해 종교와 과학에 대한 범위와 관할권 문제, 생물학적 정보 생성의 문제 등 혹독한 과학적 반증 논쟁에서 살아남는다면 토마스 쿤이 말한 대로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폐기될 것”이라며 “과학은 증거로만 말해야지, (일부 신다윈주의자들처럼) 이론이 근거하는 철학적 기반이 결론을 말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창세기 1장, ‘우주의 진화’ 말해”

천체물리학자인 최승언 교수는 ‘창세기 1장을 중심으로 크리스천 과학자가 보는 창조기사의 의미: 유신진화 입장에서’를 발표했다. 그는 “나는 하나님의 창조와 우주의 진화를 다 인정한다”며 지금까지 연구된 우주의 내용과 창세기 1장의 의미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최 교수는 “창세기 1장 3절에 처음으로 빛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 빛은 과학에서 전자기파영역에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의미한다”며 “만약 이것이 그냥 전자기파를 의미한다면, 창세기 1장 1절에서 이야기한 우주의 탄생 후에 나타난 우주배경복사를 의미하는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태어나 대략 137억 년의 시간이 지나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에 동의하고, 우주의 모든 현상을 빅뱅우주론에 의해 설명하고 있다”며 “초팽창 우주론(inflation theory)은 빅뱅우주론에서 우주 탄생 후 ‘10의 마이너스 32승초’ 사이에 일어난 초팽창 현상을, 가속우주론(accelerating theory)은 우주 팽창이 감속하다 어느 시점에서 가속하는 현상을 각각 설명한다”고 했다.

최승언 교수는 “창세기 1장에 나오는 모든 현상을 현재의 천문학 지식으로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창세기 1장의 모든 창조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은 알 수 있다”며 “창세기의 우주 기사가 기록될 때 우주를 설명하는 체계는 지금보다 아주 덜 세련됐을 것이지만, 당시 체계대로 해도 시간에 따라 우주를 채우는 공간의 개체가 변해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이 시간에 따라 연결돼 얼아는 변화를 ‘우주의 진화’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무신론자들은 빅뱅을 놓고 우주의 시작을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저 같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창조로 바라본다. 그러기에 과학에서 이야기하는 우주의 진화 과정을 받아들이면서 하나님의 창조를 인정한다”며 “우리가 아는 시간은 과거에서부터 현재를 지나 미래를 향하지만 하나님의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의 시간일 수 있기에, 하나님의 창조는 우주의 시작인 첫 창조에서부터 종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 시간 안에 들어 있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