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김은애 기자

한국 현대 기독교미술 50년 학술 심포지엄이 29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를 주최한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는 1966년 이연호 목사와 이명의 선생의 뜻으로 처음 시작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다.

기독교 미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김진명 교수(장신대), 이석우 관장(겸재정선미술관), 한정희 교수(홍익대), 서성록 교수(안동대), 장준석 박사(미술평론가), 김이순 교수(홍익대)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김진명 교수. ⓒ장신대 홈페이지

특히 이날 ‘미학과 성서 해석 -렘브란트와 혜촌 김학수의 작품 해석을 통한 출애굽기의 주석적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김진명 교수는 렘브란트와 혜촌을 ‘예술가’인 동시에 ‘성경 해석자’로 전제하고, 그들이 구약 본문을 어떻게 해석해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분석했다.

김 교수는 먼저 구약의 ‘홍해 도하’ 사건을 동양화의 기법으로 담아낸 작품인, 혜촌 김학수의 <갈라진 홍해 밑 새로 열린 길로>(1985)에 대해 살폈다. 그는 “구약의 본문을 그림으로 묘사하는 과정에서 동양화의 기법을 사용했을 뿐 아니라, 내용물을 한국적인 형태로 그렸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러한 회화적 작업을 통해 그림 속에 나타난 성경의 내용을 화가 자신이 살던 시대와 문화적 배경들과 연결시켜 표현한, 일종의 ‘토착화’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혜촌 김학수의 <갈라진 홍해 밑 새로 열린 길로>(왼쪽)와 렘브란트의 <십계명 두 돌판을 깨트리는 모세>(오른쪽). ⓒ숭실대 제공

출애굽기 14장과 관련된 혜촌의 그림에 나타난 특징은, 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그는 인물들의 시선을 앞으로 향하도록 처리했는데,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그림에서 ‘홍해 도하’의 사건이 갖는 ‘현장성’보다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미래에 대한 ‘지향성’을 드러내 준다”며 “이는 혜촌의 성경 본문 해석을 반영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의 ‘원경’에는 홍해 건너편의 산을 보여 주고 있는데, 김 교수는 “이 산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다다르게 될 ‘시내산’을 의미할 수도, 더 나아가 약속의 땅 ‘가나안’을 상징할 수도 있다”며 “‘원경’의 장면은 이를 보는 이들의 해석으로 그 몫이 남게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림에서 매우 인상적인 요소는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이라며 “출애굽기에 나오지 않는 요소이지만, 혜촌은 새를 그려 넣음으로써 출애굽 사건에 나타난 해방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자유의 의미를 지면의 제한된 공간으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혜촌의 독창적인 구약 본문 해석을 보여 주는 특징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동시에 여기에는 출애굽 ‘구약 사건의 목표’와 ‘자유와 해방’이라는 더욱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가치와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혜촌은 출애굽기 14장을 문자적으로만 그림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출애굽기 14장을 중심에 놓고, 출애굽기의 다른 본문(12장)과 모세오경의 관련 본문(민 1-2장)을 연계시켜 해석을 시도했다”고 평했다.

이어 렘브란트의 <십계명 두 돌판을 깨트리는 모세>에 대해 설명한 김 교수는 “렘브란트는 하나님께서 친히 기록하신 십계명 돌판을 사람이 깨뜨린 일에 집중하면서도, 깨어진 돌판이 아닌 돌판을 깨뜨리기 위해 행동하는 지도자 모세를 그렸다”며 “돌판들을 던지기 위해 들어올린 팔들이 부패한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하심과 모세를 통한 ‘감정의 폭발’을 보여 준다면, 그의 얼굴은 반대로 ‘감정의 절제’라는 주제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애굽기 32장 19절은 모세의 진노에 관해 서술하고 있지만, 그가 그린 모세의 눈은 분노와 화를 주체하지 못해 이글거리고 부릅뜬 눈이 아니”라며 “오히려 힘을 잃은 듯이 보이는 눈과 굳게 다문 입은 슬픔의 감정을 보여 줌으로써, 지도자 모세의 이스라엘을 향한 절망과 슬픔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요소들을 대비시킴으로써 새로운 해석을 그림에 담아내려 했던 회화적 특징을 ‘렘브란트의 변증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양의 수묵화는 여백을 통해 절제의 미를 보여 주었다면, 렘브란트의 그림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절제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며 “나름대로 성경 본문을 이해하고 성화들을 통해 이를 독창적으로 표현했던 렘브란트는, ‘사상가’라는 평가 뿐만 아니라 ‘성경 주석가’라는 표현이 적용될 수 있는 예술가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혜촌과 렘브란트의 작품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구약 본문 해석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은, 본문의 문자적 범위와 한계를 넘어서는 시간과 공간적인 의미의 확장(혜촌)과 심리적인 차원의 시각적 해석 가능성(렘브란트)이라는 새로운 차원들”이라며 “이들의 작품들은 출애굽기 14장과 32장의 독자들을 사건의 현장으로 소환해, 사건을 경험하고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