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에 의해 결혼보호법이 폐기된 이후, 환호하고 있는 건 동성애자들만이 아니다. 일부다처주의자들도 “일부다처제가 미국에서 합법으로 정착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까스로 권리를 획득한 동성애자들은, 일부다처주의자들의 이런 행동이 여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별개의 문제”라며 애써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일부다처주의자들이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결혼보호법의 핵심 규정인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 ‘위헌 판결’ 났기 때문이다. 즉 결혼을 규정하던 핵심 축이 위헌이라면, 이제 한 남성과 한 남성의 결합이든, 한 남성과 여러 남성의 결합이든, 법이 결혼을제약하는 것은 수정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 한 남성과 여러 남성도 문제가 없다면, 한 남성과 여러 여성도 문제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난다.

동성애자들이 일부다처제와 동성결혼은 별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이 둘의 관계를 과거부터 지적해 왔다. 창세기 2장에 나온 바 “하나님께서 한 남성과 한 여성으로 부부를 맺으셨다”는 것이 부정되는 순간, 가정을 구성하는 규범도 붕괴되고 건강한 가정 규범을 벗어난 일부다처, 일처다부, 동물과의 성관계, 소아성애 등이 횡행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기독교방송 진행자인 브라이언 피셔 씨는 “이번 판결은 일부다처제, 소아성애, 근친상간, 수간 등을 필연적으로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라이언 앤더슨 연구원은 “(전통적 결혼을 부인하고) 결혼을 재정의하겠다고 한다면, 이것에는 어떤 논리적인 범주가 없다. 이것은 여성들과 어린이들, 모든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에 반대표를 던진 앤토닌 소토마이어 대법관도 판결에 앞서 “만약 결혼이 근본적 권리라고만 주장한다면 어떤 제한 규정이 존재할 수 있는가? 근친상간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물은 바 있다.

다음세대가치관운동(Traditional Values for Next Generations)의 새라 김 대표는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 폐지 이후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결혼존중법(Respect for Marriage Act)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 법은 사랑하는 두 사람만의 결혼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한 일부다처주의자는 “전통적 가족 가치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앤 와일드 씨는 “매우 기쁘다.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 두세 명의 자녀로 구성된 가족 개념은 더이상 주류가 아니다. 조부모 가정도 있고 이혼한 가정도 있고 동성 부부 가족도 있다. 동성결혼이 확대되면 일부다처 결혼에 대한 비판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타 주에 거주하는 일부다처주의자 조 다거 씨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일부 해소했다. 이제 우리에게도 혜택이 오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이 둘의 차이가 한 가지 있다. 동성결혼자들은 법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원했지만, 일부다처주의자들은 그저 법이 금지만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와일드 씨는 “일부다처의 경우, 이혼, 배우자 사망 등 다양한 결혼 관련 문제에 있어서 복잡한 일이 생길 수 있다. 그저 범죄 취급만 하지 말라”고 했다.

▲당시 방송에 출연한 코디 브라운 씨. ⓒ기독일보

미국에서 일부다처제는 불법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다처제를 법망을 피해서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2010년 케이블방송 TLC에 출연한 코디 브라운은 자매지간인 4명의 여성과 동거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한 여성과만 결혼했고, 나머지 3명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고 있다. 사실상 일부다처제인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1879년 일부다처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당시 Reynolds v. United States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일부다처제가 신앙의 근본적 교리라고 주장하는 몰몬교들의 주장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일부다처제를 불법으로 규정해 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었고, 이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몰몬측은 정부의 정책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수정헌법 1조를 침해한다고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몰몬은 “일부다처제는 가족이나 영적 성장 등 미국의 가치를 지지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판결 이후, 미국에서 일부다처제는 불법으로 규정됐다. 몰몬은 그 창시자인 죠셉 스미스가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 주장하며 일부다처제를 도입했지만, 법의 철퇴를 받은 후 1890년 당시 총회장인 윌포드 우드럽이 결국 이를 금지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우드럽의 결정은 몰몬교회 안에서 큰 반발에 직면했고, 교파가 갈라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코디 브라운도, 몰몬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사도형제교회(Apostolic United Brethren)의 신봉자였다. 현재 몰몬은 일부다처제를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