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은 목사의 저서 「3개월이면 회복되는 부부프로그램」.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라는 말은 원래 미국 사람들이 오랜 여행이나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야, 역시 집이 최고야”라는 뜻으로 쓰는 표현이다.

<3개월이면 회복되는 부부프로그램>의 저자 안정은 목사는 “당신에게는 스위트 홈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가정이란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렇게 편안한 쉼과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금자리로 주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 가정은 옛날처럼 편안한 쉼과 회복을 제공하는 보금자리라기보다, 각자 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냉랭하게 살아가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무너져가는 가정에 하나님의 손길이 닿아서 회복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부부행복학교를 시작한 것이, 저자의 출간 동기이다.

저자는 남편의 역할에 대해 한 가정을, 특히 아내를 사랑하고 다스리는 것, 아내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사랑과 섬김으로 이끄는 것이라 했다. 한 마디로 남편은 “가정 건축에서 골조를 세워가는 건축가”, 아내는 “그 실내를 단장하는 디자이너”라고 했다.

목동주심교회에서 부부행복학교를 진행하고 있는 안정은 목사는, 이전 교회 부목사 시절 심방을 다닐 때마다 느낀 것이 있었다. 심방한 가정들의 모습이 교회에서와는 다르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기도제목을 물으니, 대부분 생활고나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갈등이었다. 

성도들에게 심방은 큰 위로가 돼 주지만, 이후에도 목사가 지속적으로 동행할 수 없기 때문에 가정들은 또 다시 힘들어한다는 사실이 안 목사의 고민이었다. 심방 때는 보통 여성들을 대하기 때문에, 안 목사는 그들을 보면서 “이 자매(여집사)는 남편이 관심어린 따뜻한 말 한 마디만 부드럽게만 해준다면 좋아질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안정은 목사는 부부가 탁자 하나를 놓고 마주 보며 대화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행에 옮겼다. 부부 7쌍을 초대해 성경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상황에 맞춰가면서 하던 것이 후에 12주 과정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3개월간 매주 만나면서 기대 이상의 호응과 부부관계의 변화를 얻었다.

교회에서 진행하는 가정 관련 프로그램은 아직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은 한국교회 실정을 알고 있었던 안 목사는, 목회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매뉴얼화해 10년간 모아왔다. 점차 가정사역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갔고, 약 4년 전 현재의 목동주심교회를 개척했다.

▲안정은 목사가 진행하는 부부행복학교 14기 수료식.

가정의 중요성을 아는 그는 자녀와 어른들이 따로가 아닌, 다함께 예배를 드리게 했다. 그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예배드리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또 가정을 중요시하는 목회 사역 때문인지, 가장 공격을 많이 받는 부분도 가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부부가 한 마음이 되어 믿음이 성장하게 될 때 서로의 신앙 인격도 성숙해지며 승리하게 된다고 말한다.

안 목사는 “성도들의 가장 기본적인 신앙의 토대는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간단하게라도 가족이 예배드리고 자연스럽게 말씀을 나누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정예배와 자신이 고안한 부부행복학교 프로그램을 권장한다.

자랑을 보태자면, 교회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어둡던 얼굴들이 부부행복학교를 거치며 환하게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성도들의 얼굴이 해맑다고 말한다. 안 목사의 부부행복학교 프로그램은 3개월이면 부부관계가 회복되는 것을 목회현장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또 이 프로그램은 철저히 목회하면서 자생했기에, 건강한 목회철학만 지닌 목회자라면 누구라도 쉽게 교회에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말한다.

부부의 ‘첫 마음 되새기기’부터 ‘사명의 발견’까지

프로그램 소개를 하자면, 첫째 주와 둘째 주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부터 연애나 중매를 했는지, 초등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 이야기를 편하게 나눈다. 성경을 아는 실력과 관계 없이 살아온 것을 돌아보는 과정이라, 모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지만, 말을 터놓기 시작하면 3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다 즐겁기 때문이다.

12주 과정 중 분위기가 가장 화기애애한 시간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다. 안정은 목사는 “교회가 커질수록 교인들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교인들은 그런 살아온 과정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는 부부의 첫 만남의 기억을 꺼내기도 하고, 성장 배경도 이야기한다”고 했다.

부부행복학교는 <첫 마음>이라는 시를 읽고 초등학교 입학식과 어느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게 한다. 그는 “초등학교 입학 때를 생각하면 왠지 옛 추억으로 인하여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성경 지식과 상관없이 모두가 참여하게 된다. 부부가 서로를 어떻게 해서 만나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지고,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눈다”고 했다.

목회자의 지도 아래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말 못할 고민 같은 것들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간혹 “뭐 그런 것까지 말하느냐” 하면서 싸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비밀스러운 것을 드러내면서 점점 치유되더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목동주심교회에서 부부행복학교를 진행하고 있는 안정은 목사.

부부행복학교를 이끌어가는 목회자의 역할은 말하는 것보다 7쌍의 부부들의 속내를 꺼내도록 유도하고, 그 말에서 다시 성경적인 가치를 발견하게 해 신앙적인 아웃라인을 잡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매 과마다 숙제를 내준다. 가령 1과를 배우고 나면 숙제로 연애편지를 쓰게 한다. 이것을 본인이 낭독하게 하는데, 아주 단순한 말 같지만 힘들었던 시간이나 좋았던 시간이 떠올라 감정이 복받쳐 읽기를 멈추기도 한다.

남편들은 대개 “나만큼 잘 해주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면서 자신있어한다. 안정은 목사는 “남편들은 다른 가정 남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그런 면에 있어 부부간 성찰의 시간이 되기 때문에 관계 회복에 효과적”이라며 부부행복학교의 장점을 설명했다.

부부간의 갈등 문제 해결점에 대해 안 목사는 “바로 상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다.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한 것일 뿐, 상대방의 성장과정은 어땠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옛날에 힘들어했던 것을 지금까지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더라”며 “더 배려해야겠다는 마음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얘기만 하고 상대방의 말은 귀기울이지 않는 이해 부족이 원인”이라고 했다.

“함께 사는 것이 복이라 여기며 감사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살면서 서로 싸우기만 하는 가정이 있다. 하나님을 알게 됐고 구원받은 자녀로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라고 말하는 안정은 목사는, 참가자들이 수료하면 외국인선교사 묘지를 방문하게 한다고 한다. 그곳에 묻힌 선교사들에 대해 말하고, 12과 마지막 주제로 다루는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같은 부부로 살아갈 것을 권면하면서, 우리가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안정은 목사는 이제 14기까지 수료생을 배출한 부부행복학교에 거는 기대에 대해 “많은 성도들이 거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목회자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그는 “가정들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면에 아픔과 갈등이 많다. 목회자들이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며 “하나님이 주신 삶의 무대는 넓은데 움막 짓고 그 안에서만 살 수 없다. 우리 삶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목회자가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부행복학교 목회세미나는 일일 강좌로, 가정사역을 처음 접해보는 목회자도 현장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1과부터 12과까지 내용을 다룬다. 문의) 목동주심교회 전화 02-2653-8200